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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배구? 이란의 시간 끌기에 끊긴 역전 흐름, 잘싸워서 더 아쉬운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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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국제배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잘싸워서 패배의 아쉬움이 더 크다. 특히 막판 이란의 지능적인 시간 끌기에 끊긴 흐름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11일 중국 장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준결승 이란전에서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이란을 넘지 못한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우승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2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인 이란을 상대로 선전했다.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2~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를 잡아내며 마지막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갔다. 마지막 흐름도 좋았다. 한국은 9-1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했다. 박철우의 공격으로 한 점을 따라잡았고, 전광인의 강한 서브를 앞세워 이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이란이 전광인의 서브를 안정적으로 받지 못한 가운데 한국은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불안한 리시브와 토스 끝에 공격 범실이 나왔고, 최민호의 강력한 속공 득점이 연달아 터지면서 순식간에 차이를 4점에서 1점으로 좁혔다. 한국이 이란을 추격하며 압박하는 구도였다. 이미 4세트에도 한국이 후반에 뒤집기 승리한 기억이 있어 이란이 초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때 이란이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세터이자 이란의 베테랑인 사에드 마루프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호소하며 이란 스태프와 대화를 나눴다. 오른손을 배에 올리고 통증이 있다는 듯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시간이 2분 이상 지나갔다. 서버인 전광인은 이 시간 동안 공을 들고 상대 진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루프는 이후 멀쩡하게 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전광인은 서브 범실을 했고, 한국의 추격 분위기도 막을 내렸다.

배구에서는 상대가 연이어 서브를 강하게 성공시키면 작전 타임을 통해 흐름을 끊는 작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서브는 감각이 중요하고 분위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상승세를 차단하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마루프는 정당한 방법인 작전 타임이 아니라 부상을 당한 것처럼 행동해 전광인의 흐름을 방해했다. 마루프가 진짜 부상을 당해 코트 밖으로 나갔다면 모르겠지만 너무 태연하게 남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시간을 일부러 지연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이 장면 때문에 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일명 ‘침대 축구’로 악명이 높다. 유리한 입장에 있으면 고의로 쓰러져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를 많이 하는 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배구는 서로 신체를 부딪히기 않기 때문에 부상이 자주 나오는 스포츠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루프는 일종의 ‘침대 배구’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흐름을 가져갔다.이란에겐 영리한 작전이겠지만 패한 한국에게는 얄미운 행동이었다. 도쿄행 티켓이 걸린 경기라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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