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최민경 기자] ['항명 프레임' 피하며 수사 의지…청와대 압박에 버티기 관측]
"대검 간부가 바뀌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참모들이 모두 교체된 데 이어 청와대와 여권이 이른바 '항명 논란'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를 통한 수사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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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대검 간부가 바뀌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참모들이 모두 교체된 데 이어 청와대와 여권이 이른바 '항명 논란'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를 통한 수사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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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손발' 잘린 후 연이어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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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0일 오전 청와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균형발전비서관실이 울산 정책과 관련해 만든 자료 등을 확보 중이다. 청와대는 보안시설이어서 검찰은 연풍문 2층에서 대기하며 청와대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사건과 관련해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최근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장 전 행정관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만나 공공병원 설립 등 선거공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확보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검찰은 전날 균형발전위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균형발전위는 지역발전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2017년 12월26일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되며 본격적으로 6·13 지방선거에 대비했다. 당시 균형발전위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이 위촉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단행된 대대적인 검찰 고위 인사에도 검찰이 청와대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일선 수사팀 검사들에게 '흔들림없는 수사 기조'를 보여주기 위한 윤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검찰 내부 반응이다.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각각 지휘한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검사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26기·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사실상 좌천성 전보되는 등 관련 수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졌다.
또 이달 안으로 예상되는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신봉수(29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 책임자 교체에 따른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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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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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수사는 멈출 수 없다"…윤석열, 내부 다독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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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윤 총장을 비롯해 교체 대상이 된 윤 총장 최측근 참모들은 "달라질 것이 없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 된다는 담담한 태도로 조직 다독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인사가 난 당일 저녁 대검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특별한 언급없이 새로운 보직에서 잘 근무를 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의 최측근 참모로 꼽히면서 이번 인사에서 교체 1순위로 지목됐던 한 검사장도 대검 반부패강력부 직원들에게 새로 임명된 심재철(27기) 검사장에 대해 "나와 사법연수원 같은 조였던 분"이라며 "훌륭한 검사로 반부패강력부를 잘 이끌어줄 테니 지금과 같이 최선을 다해 일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주지검장으로 부임하게 된 박 검사장 역시 가까운 대검 직원들에게 "제주로 부임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심경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윤 총장 주변에서는 윤 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의 인사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텨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선 수사검사들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불씨를 살려나가려 할 것으로 본다.
한 검사장급 검사는 "수사의 속성 상 사건이 살아있으면 검사들은 수사를 덮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비록 청와대가 대검 검사장들을 교체해 수사 지휘를 막는다 하더라도 일선에서는 이미 진행된 수사를 멈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이 윤 총장을 향해 '항명 프레임'으로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어 윤 총장이 강하게 버틸수록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를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윤 총장을 항명으로 몰아세우며 법무부 차원의 대책까지 주문한 상태다.
추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했고 이 총리는 이에 대해 "(항명에 대한) 상응 조치를 검토해 실시하라"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인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모습은 매우 부적절했다. 인사 명령에 대한 복종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로, 검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먼저 위반한 것은 법무부"라며 "항명이란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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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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