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반대 목소리 우세 속 “전략적 모호성 유지” 주장도
보수야권 “한미동맹 고려 신중결정”… 정의당은 “파병 결코 해선 안될 일”
더불어민주당은 파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동시에 한미동맹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은 우리랑 전쟁 의사가 없는 나라 아니냐”라며 “괜히 (파병 결정으로) 이란을 건드렸다가 전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이란 한 나라만이 아니라 중동 여러 나라와 적대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우리가 앞장설 필요가 없다. 최대한 뒤로 미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한미동맹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많다. 윤상현 외통위원장은 “호르무즈 파병은 찬반을 떠나서 우리 정부의 투트랙 협상 전략상 동맹에 대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과 이란과의 준전시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은 “미국에 약속을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현 정부 들어서서 눈치 보다가 할 것은 결국 다 내주면서 뺨 맞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파병 이슈가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혁 간 진영 논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 일각의 반미 정서까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인 만큼 찬반 결정에 따라 각 당의 지지층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현실화될 경우 파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정의당으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결정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은 파병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미국의 편을 들어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선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이 불거질 경우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2004년 2월 통과됐지만 ‘탄핵 역풍’이 파병 이슈를 덮어 총선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김선일 씨 피살사건이 벌어지면서 당시 열린우리당은 심한 내홍을 겪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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