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겪는 호주 국민과 함께할 것"…난민 포용도 재차 강조
8일(현지시간)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신자와 포옹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깨물지는 말아 주세요"
최근 자신의 손을 잡아당긴 한 신도의 손등을 때리고 역정을 내 논란을 빚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볼에 키스해달라고 요구하는 한 수녀에 장난스럽게 응대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수요 일반 알현. 수천 명의 신자들로 가득 찬 대성당 홀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들어서자 한 수녀가 들뜬 표정으로 교황에게 이탈리아어로 "바초, 파파!"(교황님, 키스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이에 교황은 웃으며 "오, 날 깨물려고요?"라고 응수했다. 교황의 장난기 어린 발언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교황은 그러고 나서 "가만히 계세요. 당신에게 키스할 테니 그대로 있으세요. 깨물지 마세요"라고 재차 농담을 던졌고, 아주 작은 체구의 수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은 곧바로 수녀의 오른쪽 뺨에 입술을 댔다. 수녀는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면서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날 교황의 익살스러운 대응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이른바 '버럭 사태'를 스스로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킨 것으로 해석돼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한 신도가 교황의 손을 잡아당기는 장면. |
교황은 지난달 31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신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손을 세게 잡아당기자 손등을 두 번 내리친 뒤 불같이 화를 냈다.
교황은 다음 날 곧바로 인내심을 잃었다며 해당 여성에게 사과했지만, 이 장면은 짧은 영상에 담겨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상에서 급속히 퍼지며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교황이 공개된 장소에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 상태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교황의 역정에 SNS에선 "교황도 사람이다" 등의 반응과 함께 경호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교황이 이러한 일이 반복될까 우려해 이날 수녀의 요청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대형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호주 국민들과의 연대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교황은 "호주 국민을 도와달라고 주님께 기도해줄 것을 모든 신자에게 요청하고 싶다"면서 "나는 호주 국민들 곁에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언급은 원고 없이 즉석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당에 모인 신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9월 남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서울 면적의 100배에 이르는 광활한 산림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
현재까지 26명이 숨지고 2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도 막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넘는 이주·난민들을 따뜻하게 껴안아 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무력 충돌의 긴박한 위기 상황에 놓인 중동지역 신자들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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