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황 대표 찾아가 “당 떠나겠다”
수도권 통합파 의원은 “수용해야”
유승민 “3원칙 배척 땐 손 못잡아”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8일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오른쪽)·체육계 미투1호 김은희씨(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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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통의 심정, 참담한 빛이 하나로 집약돼야 한다. 대통합의 힘을 보여주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한 주장이다. 이른바 반문(反文)을 고리로 한 통합이다.
현재로선 그러나 녹록지 않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선결(先決) 조건으로 제시한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짓자)을 두고 황 대표가 당내 친박과 새보수당 사이에 끼인 형국이어서다.
황 대표는 당초 3원칙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려고 했다. 7일이 ‘거사일’로 알려졌다. 범보수진영 인사 모임인 국민통합연대가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통합추진위 구성을 제안한 날이었다. 또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취임 인사차 황 대표를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만일 그랬다면 통추위에 한국당은 물론, 새보수당도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7일 황 대표는 ‘3원칙의 3’도 꺼내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여러 번 (3원칙에 동의한다는 뜻을) 이야기했다”만 했다. 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하는 인사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당일 밤 이런 사실이 알려졌고 친박 의원들이 직접 황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일부 강성 의원들은 “이런 발표를 할 거라면 당을 떠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태극기’로 상징되는 아스팔트 우파의 여론 역시 ‘반유승민’ 정서가 강하다.
여기엔 ‘총선 지분’이라는 실리적 다툼도 있다. ‘낡은 집을 허물자’는 원칙에 따라 자칫 밀려날 수 있는 의원들은 불안감이 크다. 대부분 영남권 의원들이다. 일각에선 “새보수당이 한국당을 너무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더니, 이제는 ‘진정성이 없다’ ‘공개적으로 인정하라’며 몰아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새보수당에선 ‘한국당만 포기하라’는 식”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박빙의 승부를 가려야 하는 수도권 의원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DJP 연합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노구(老軀)를 끌고 김종필(JP) 전 총리의 청구동 자택까지 몸소 찾아갔다”며 “수용 발표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수도권 의원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데, 친박 의원들은 통합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고 했다.
황 대표가 이도 저도 못하자 새보수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의원은 당 회의에서 “보수재건 3원칙을 배척하는,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며 “황 대표가 3원칙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행동할 각오만 있다면 공천권, 지분 등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했다. 하태경 대표 역시 “당내 반발이 무서워 3원칙에 동의 못 하는 당을 국민이 상식적인 당으로 보겠느냐”고 꼬집었다.
◆한국당, 목발탈북자·미투인사 영입=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이날 ‘목발 탈북’으로 잘 알려진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39) 씨와 ‘체육계 미투 1호’인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29) 씨에 대한 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 이후 70일 만의 영입이다. 김씨는 황 대표의 제안에 “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곳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인권문제 해결에 대한 당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성호씨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국정연설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부각하며 소개해 널리 알려졌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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