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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이냐, ‘항명’이냐… 윤석열 총장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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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이냐, ‘항명’이냐… 윤석열 총장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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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전 총장 의견 듣는 절차 생략… ‘윤석열 패싱’ 거론 / "검찰 개혁 협조" 약속… 항명으로 보일 대응은 피할 듯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가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첫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한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 법조계 이목이 집중된다.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협조해달라”는 추 장관의 부탁에 “최대한 돕겠다”고 화답한 만큼 당장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는 ‘사의 표명’ 같은 카드를 쓰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동안 윤 총장과 불철주야 함께하며 청와대 인사들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을 파헤쳐 온 핵심 참모들이 전부 교체된 이상 윤 총장이 특단의 대응책을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총장 수족 다 바꾸는 검사장급 인사

이날 단행된 검찰 인사를 보면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해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법무부는 인사 제청에 필요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두고 대검과 공방을 벌이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보면 윤 총장 입장에선 실망을 금치 못할 것들이 대부분이다. 먼저 총장을 보좌하는 검사장급 대검 참모진이 모두 일선 검찰청으로 발령 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부정부패 사건 등 특별수사의 중심인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리를 옮긴다. 이 신임 지검장은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 나긴 했으나 수사 일선에선 손을 놓게 됐다. 신임 검사 교육 등을 책임진 법무연수원장은 직급은 높으나 수사 및 수사지휘권은 없는 자리다.


검찰 내에서 윤 총장과 가장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옮긴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검찰에서 주로 초임 검사장이 보임되는 직책이라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윤 총장은 ‘대윤’, 윤 지검장은 ‘소윤’으로 불릴 정도로 둘은 각별한 관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권에 대한 항명으로 비치는 건 피할 듯

현행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검사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총장의 의견을 들으려면 먼저 법무부가 마련한 인사안을 총장한테 보내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날 법무부는 총장에게 “의견을 내라”고만 했을 뿐 자체적으로 마련한 인사안을 법무부에 제시하는 절차는 건너 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이 법무부에 “인사안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법무부측이 ‘보안’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검찰 등 법조계 안팎에서 ‘윤석열 패싱’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항의의 뜻으로 거취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인사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를 당한데다 그가 아끼는 참모진,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 관련 간부들이 전부 교체된 이상 청와대로부터 사실상의 ‘불신임’을 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자칫 문재인정부에 대한 ‘항명’으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사의 표명 같은 행동은 자제할 것이란 예상이 더 많다. 전날 추 장관과의 만남에서 “검찰 개혁에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만큼 불만을 드러내는 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검찰 간부 인사 때마다 법무부와 검찰 간에 이견이 노출됐지만 총장이 법무장관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행사를 이유로 2년 임기도 포기한 채 사의를 밝힌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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