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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국 미국은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단연 강국이다. 최초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으며 블록체인 특허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규제당국도 암호화폐 업계를 쥐락펴락한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흔들렸으며,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에 대한 청문회는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미국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이 말하는 ‘블록체인 산업의 장애물’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제 불확실성이 블록체인 산업의 방해 요인이라며 입을 모았다. 기술적 장애물도 우리나라 업계 종사자들이 문제 삼는 바와 비슷했다. 모두가 블록체인의 속도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를 제대로 해결한 플랫폼은 아직 없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선 블록체인 산업의 어려움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블록체인: 규제를 시작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콤비즈 압돌라히미(Combiz Abdolrahimi) 딜로이트 기술 부서 리더는 “딜로이트 같은 대형 회계법인도 블록체인 기업들의 어드바이저를 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 중 블록체인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딜로이트에게도 블록체인 기업 컨설팅이 무모한 도전”이라며 “블록체인 기업들도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혁신을 보여줄 수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했다. 미셸 본드(Michelle Bond) 리플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의 위법성을 따지기 힘들다”며 “SEC도 암호화폐 관련 규제안을 정확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압돌라히미 딜로이트 리더는 “지금 암호화폐에 적용되는 SEC의 법은 40년 된 법”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 법 체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은 ‘블록체인의 기술적 장애물’을 주제로 진행됐다. 푸자 샤(Pooja Shah) 파일코인 공동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편적으로 활성화할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서비스가 들어서기엔 속도가 빠르고 확장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플랫폼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왔는데, 확장성과 속도에 집중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조셜(Zocial)의 릭 블레친스키(Rick Bleszynski) CEO는 “지금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 덕분에 인터넷이 보편화됐지만 과거 인터넷의 인프라 자체는 뛰어나지 않았다”며 “90년대 인터넷을 생각해보면 분명 매우 느렸고, 블록체인도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발전되고 서비스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도 보편화돌 수 있다는 시각이다.
스티븐 베커(Steven Becker) 메이커다오 CEO는 “블록체인 기술을 왜 써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현하려고 하는 가치가 있다면 누구나 그 가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블록체인의 목표”라며 이 같은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 예로는 본인의 프로젝트인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들었다. 베커 CEO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탈중앙화 디지털 화폐를 만들기 위해 다이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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