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담 의혹 전 기무사·청와대 관계자 71명 상대 검찰수사 요청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개월간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유가족의 통장 사본과 주민등록증 사진 등 개인정보는 물론 TV 시청내용까지 전방위로 사찰했고 청와대가 이를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8일 밝혔다.
특조위는 이에 따라 유가족 사찰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청와대·국방부·기무사소속 71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키로 했다.
특조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5명은 기무사에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를 받는다.
특조위는 “김기춘 전 실장 등은 2014년 4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총 35회에 걸쳐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보고받고 이를 언론대응에 활용했다”며 “청와대가 대변인 발언에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정황이나 기무사의 보고 내용을 호평했다는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명시적인 (사찰) 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기무사 지휘부와 현장 활동관 66명도 이에 공모해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다.
이 중 6명은 이미 2018년에 기소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기무사 지휘부는 민간인 사찰이 위법하고 직무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610부대(광주·전남)과 310부대(안산)의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위기나 소란행위 등 ‘특이 언동’ 수집을 지시했다.
특히 2014년 4월 28일 이후에는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TF’를 구성해 ‘불만을 가지거나 과격한 유가족이 있는지 알아보라’, ‘과하다 싶은 정도의 무리한 요구를 하면 보고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특조위는 밝혔다.
현장 활동관들은 참사 후 6개월간 활동하며 유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이 중에는 유가족의 블로그 주소와 인터넷 활동 내역부터 통장 사본·주민등록증 사진 등개인정보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의 TV 시청 내역, 야간에 음주하거나 화를 내는 등 사례,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을 요구했다’는 등 사소한 요구사항까지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위는 “유가족들은 각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갖은 비방과 모욕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사찰과 이러한 피해 사이의 명확한 연관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보호 대상인 유가족들이 수사요청 대상자들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찰당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 등을 침해당했다”고 덧붙였다.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이날 특조위의 발표 이후 “유족 사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것은 환영”이라며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유가족을 공격한 이들을 국가폭력 행사 혐의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됐지만, 기간제라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교사의 유족이 항소심에서도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수원지법 민사1부(장재윤 부장판사)는 8일 고 김초원(당시 26세) 단원고 기간제교사 아버지 성욱(61) 씨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25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해 1월 15일 “기간제 교원이 국가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한 바 있다.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던 김 교사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구조에 힘쓰다가 희생됐다.
그러나 김 교사와 고 이지혜(당시 31세) 교사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돼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무원의 질병·상해사망 보험 등 단체보험 가입(필수항목)과 그 외 건강관리·자기계발·여가활동(자율항목) 등을 일정 금액 내에서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를 운용했으나, 적용 대상에서 기간제교사는 제외됐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기간제교사도 맞춤형 복지 대상에 포함됐지만, 김 교사 등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 교사 유족은 다른 숨진 정교사들이 받은 5000만∼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2017년 4월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패소하면서 최종 판결은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김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딸이 떠난 지 5년 9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깔린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법원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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