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6일 만난 계동경 토르드라이브 대표는 “앞으로 5년이면 커머스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류에 있어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대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동경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와 R&D를 담당하는 한국 법인 직원들. 미국 법인은 현지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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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창업한 토르드라이브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업인 웨이모와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4로, 운전석에 사람이 타긴 하지만 실제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단계다. 레벨5는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수준으로, 레벨5 기술을 구현한 기업은 아직 없다. 토르드라이브의 기술은 글로벌 톱 수준인 웨이모와 같은 수준인 셈이다.
토드드라이브는 실제로 2018년과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지역과 서울 여의도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배송서비스를 한 적도 있다. 〈폴인 스터디 : 커머스, 모빌리티를 잡아야 이긴다〉에서 계동경 대표를 1번 연사로 섭외한 이유다.
Q : 자율주행 기술로 가장 많이 바뀔 산업으로 왜 커머스를 꼽으신 건가요?
A : 자율주행차가 태우는 건 결국 두 가지입니다. 물건 혹은 사람. 사람을 태우는 건 리스크가 커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물건을 태우고 이동하는 산업이 먼저 터질 겁니다. 바로 커머스죠.
Q : 결국 물류로군요?
A :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만큼 이커머스가 발달했죠. 이커머스 업계는 이제 물건을 배송해주는 걸 넘어 반품 처리, 그러니까 회수하는 것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편리한 반품 프로세스를 만들면 고객 락인효과가 크거든요. 물류를 누가, 얼마나 더 빠르게, 저 저렴하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살아남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갈릴 거에요.
Q : 물건을 집하해서 고객에게 보내기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긴데요,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에서 먼저 도입될까요?
A : 물류창고에서 시작될 거에요. 제한된 공간이니 법적인 이슈가 적어서 더 빠르게 도입되겠죠. 이미 아마존에선 물류창고 안을 사람이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빨리 분류되고 처리되면 그만큼 고객에서 일찍 도착하게 되겠죠. 그리고 중장거리 이동이 정복될 거고, 마지막으로 실제 고객에게 물건이 전달되는 최종 단거리 이동, 라스트 마일이 정복될 겁니다.
Q : 중장거리 이동은 자율주행 트럭일 것 같은데, 라스트 마일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A : 라스트 마일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주택이 일반적인 미국에선 그나마 풀기 쉽죠. 자율주행 트럭이 집 앞에 도착해서 알림을 주면 고객이 나와도 되고, 소형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해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한국은 좀 더 복잡합니다.
Q : 왜죠?
A : 아파트 거주자가 많기 때문이에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행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단지 안으로 들어가서 고객이 사는 동 입구까지 갔다고 해도 거기서부터 고객의 집까지 가는 것도 복잡해요. 소형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더라도 현관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까요. 배달의민족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건물 1층에서 특정 층으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자율주행 로봇을 시범 운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풀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아파트는 노후화되어서 이런 첨단 기술을 접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요. 스마트홈 개념이 접목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먼저 적용되겠죠.
토르드라이브는 2018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에서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유통업체 에이스하드웨어와 함께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엔 서울 여의도에서 이마트와 장바구니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계동경 대표는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토르드라이브는 현재 주력하는 중·단거리이동뿐 아니라 라스트 마일 이동까지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토르드라이브가 이마트와 함께 시범 실시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일라이고' 차량의 모습. 토르드라이브는 이 서비스를 통해 배송의 라스트마일 데이터를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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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웨이모와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레벨4)을 가졌다고 했는데, 차이는 없나요?
A : 웨이모 기술이 레벨4의 상(上) 수준이라면, 토르드라이브는 중상(中上) 정도 될 겁니다. 차이는 지도에 있어요.
Q : 지도요?
A : 자율주행차는 GPS 없이도 위치를 찾을 수 있어야 해요. 특히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심에선 GPS 오차가 크거든요. 고정밀 3차원 지도가 필요합니다. 구글은 자사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가 운전하며 계속해서 지리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든요. 그 점에서만큼은 따라가기 어렵죠.
Q : 토르드라이브도 지도를 직접 만드나요?
A : 한국에선 우리가 필요한 수준의 고정밀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곳이 없어요. 미국은 있어도 너무 비싸고요. 그래서 모든 지역의 지도를 다 갖고 있지 않아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지역의 지도만 만들어서 쓰죠.
Q : 그렇다면 토르드라이브의 강점은 뭔가요?
A :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운행 가능하다는 겁니다. 교통체계가 국가마다 다르잖아요. 국가마다 운전 습관도 다르고요. 한국이 훨씬 터프합니다. (웃음) 실제 자율주행차가 운행하며 이런 데이터를 얻어 학습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있죠.
Q : 자율주행이 물건을 태우는 물류를 넘어 사람을 태우는 여객 수송 산업을 혁신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A : 이거야말로 사람들의 인식과 수용 정도에 달려 있어요. '타다'조차 시장에 자리 잡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택시가 도로 위를 달리는 건 상상하기 어렵죠. 하지만 이 시장이 열리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10년 뒤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봐요.
토르드라이브는 올해 계획이 많다. 2018년 27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 서비스를 잠시 미루고 개발에 집중해왔는데, 올해 드디어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이르지만, 미국과 한국의 공항 등에서 토르드라이브의 자율주행차가 상시 운행하는 사업이 조만간 시작된다. 프리A 투자 유치도 마무리 단계다.
바쁜 와중에 〈폴인 스터디 : 커머스, 모빌리티를 잡아야 이긴다〉에 연사로 참여한 이유는 뭘까?
"결국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하려면 커머스 업계의 이해가 필요하고, 커머스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모빌리티 업계를 알아야 하거든요. 두 업계가 만나는 자리에 안 갈 수 없죠."
계동경 대표가 4년 간 미국과 한국에서 키워온 자율주행 기술 이야기는 2월 11일 시작하는 〈폴인 스터디 : 커머스, 모빌리티를 잡아야 이긴다〉에서 들을 수 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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