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년9개월만에 당시 해양경찰의 지휘간부 6명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세월호 참사 구조실패 책임을 안고 있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이다. 이들은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이들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로 현장을 시찰한 행동이 범죄행위로 지목됐다. 그가 헬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바로 그때 헬기로 후송했으면 살아났을 수도 있었을 학생이 숨졌다는 혐의다. 당시 학생 임모군은 현장에서 구조됐는데도 헬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배를 세 번이나 갈아타며 4시간이상 걸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끝내 숨졌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들 해경 간부 6명이 세월호 승객 구조에 필요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했다고 봤다. 그래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그동안 세월호 구조 실패로 형사처벌을 받은 공무원은 현장 구조지휘자였던 김모 해경 123정장 한명 뿐이었다.
그들의 구조 실패는 5년9개월전 온국민이 TV생중계로 지켜봤던 일이다.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기도 했던 구조 실패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5년9개월이 흐른 지금 해경 지휘간부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왜 이제와서?"라는 의문과 함께 "인명구조 실패도 법적인 처벌 대상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숱한 검찰수사가 있었다. 선장과 선원에 대해 광주지검 합동수사반 수사가 있었고 해경 늑장구조에 대해 광주지검 수사가 있었으며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에 대해서는 인천지검 수사가 진행됐다. 그 검찰 수사에서는 묻지 않았던 법적 책임을 5년이 흐른뒤 묻겠다고 한다. 온국민이 TV생중계로 지켜봤던 '구조 실패'를 놓고 이처럼 검찰의 처벌 잣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달라져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재난에 대응하는 지휘부가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시찰하는 행위가 범죄로 둔갑하는 일도 납득하기 어렵다. 학생 임모군이 그 헬기에 탑승했더라면 목숨을 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도덕적 비난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앞으로 대형 산불이 났다고 치자. 소방청 간부들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지휘하고 싶어도 소방헬기를 타서는 안될 것이다. 소방헬기를 탔다가 그 순간에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구속될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장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싶어도 전화로 보고받거나 TV화면을 보면서 지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재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의문은 더 있다. 우리나라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원칙'을 규정해 놓고 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을 때에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하라는 것이다. 해양경찰 간부 6명이 5년9개월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와서 느닷없이 도주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그 당시 전국민들이 TV생중계로 목격한 구조 실패를 놓고서 갑자기 증거 인멸을 하려고 작당을 하고 있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을 구속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상에는 도덕적으로 비난해야할 일들이 있다. 무능력을 질타해야할 일도 있다. 재난상황에서 인명 구조에 실패했다면 그 무능력을 질타해야 한다. 좀더 나은 행동이 아쉬웠을 때에는 도덕적 비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명구조 실패를 법률로 단죄하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재난현장에서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 그 구조활동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껴온 사람들 그러나 때로는 구해내지 못한 희생자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들이 '해경 간부 6명'의 운명을 보면서 자부심을 잃고 위축될까봐 걱정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