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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화장품 용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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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화장품 용기들의 모습. 이중삼중의 공기 밀폐 장치와 빛 차단 색상 등 다양한 과학적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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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화장품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기라고 합니다. 공기에 닿거나 용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화장품이 밀폐형 용기에 담기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사용할 때 공기에 노출되는 스포이드형 화장품도 있고, 굳이 펌핑형으로 돼 내용물을 다 쓰지도 못하는 화장품도 있습니다.


화장품을 담는 용기는 이처럼 다양합니다. 어렵게 개발된 화장품의 성능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화장품 용기는 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장품 용기는 공기에 노출돼 산화·증발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고유 성분과 본래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보존하는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공기 중의 미세 먼지와 미생물 등 오염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빛에 노출돼 제품이 변질·변색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요.


미국 화장품협회(CTFA)는 '화장품 안전성 가이드'를 통해 화장품이 산소에 노출되면 성분이 변질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용기의 형태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 따로, 용기를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용기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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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주)이너보틀의 친환경 화장품 용기. [사진=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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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이 빛에 그대로 노출되는 투명한 용기나 손가락으로 찍어서 사용해야 하는 단지형 용기가 가장 흔합니다. 이 용기는 세균들이 침투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어서 화장품을 쓸 때마다 성분이 변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장품 용기를 만들 때 가장 우선하는 것은 '밀폐'입니다.


공기와 닿아 산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펌핑용 용기를 선호하는데 펌프의 주입구에 여러 단계에 걸쳐 밸브를 설치해 완벽한 밀폐에 도전합니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짤주머니 형태로 제작한 용기를 별도로 넣어 내용물을 이중으로 보호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튜브는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것과 함께 무균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용기입니다. 사용 전후, 사용시 튜브에서 내용물이 나올 때도 공기 유입을 차단해줘 개봉 후에도 사용기한이 길어지도록 해줍니다.


용기의 대부분은 바이오세라믹으로 만들어집니다. 바이오세라믹은 오래 보존할 수 있고, 친수성을 가져 생체 조직에 유해한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소재는 빛과 적외선에 대한 반사율이 높아 빛과 열에 의한 변질을 예방해줍니다.


완전 밀폐되지 않은 용기는 내용물을 사용한 뒤에도 빛과 공기가 닿아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펌프 내부에서 공기와 접촉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할 때만 펌프 입구가 용기 밖으로 노출되는 용기도 있습니다. 살짝 돌리거나 누르면 펌프가 노출되는 용기는 디자인도 독특해 버리기 아까울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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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펌프의 단면도. 이 작은 펌프 하나에도 공기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이중삼중의 장치가 꼼꼼하게 장착돼 있고, 그도 모자라 빈 공간에 볼을 넣어 공간을 아예 없애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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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도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과거에 스포이드형으로 만들던 제품도 요즘은 차츰 펌프형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입니다. 펌프 입구에 볼을 박아 공기와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미백효과를 높이기 위한 가루 타입의 화장품, 에센스나 보습제 등은 열과 빛을 차단하기 위해 갈색병에 넣습니다. 요즘은 갈색병을 사용하기 못하도록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업체들도 대체용기를 마련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동안 용기 기술이 꾸준히 발달한 덕에 색상을 바꾸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다만,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는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기술과 디자인, 실용성을 모두 갖추지 않으면 용기로 사용될 자격조차 얻지 못하던 시대에서 '친환경'을 보다 우선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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