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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성동조선 M&A, 이랜드리테일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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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콜옵션+드래그얼롱 조항

강성노조 리스크가 관건될듯

성동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인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이랜드리테일 구조조정 때와 유사한 투자 조건을 내걸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략적투자자(SI)인 HSG중공업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가 SI의 지분을 함께 매각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SG중공업 컨소시엄은 지난달 31일 성동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HSG중공업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각각 500억원, 1500억원을 마련키로 했는데, 이중 큐리어스파트너스는 1500억원 중 50%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를 별도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충당할 예정이다. 차질이 없다면 1분기 중에는 딜이 클로징될 전망이다.

투자를 저울질하는 기관들은 이번 펀드가 과거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큐리어스파트너스의 이랜드리테일 딜과 유사한 구조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우선 HSG중공업은 FI 측에 일정 보장 수익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FI가 HSG중공업의 지분까지 함께 매도할 수 있도록 드래그얼롱 조항을 달았다.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6곳의 FI는 지난 2017년 6월 상장 전 투자(프리IPO) 성격으로 이랜드리테일에 4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에도 큐리어스파트너스는 기한 내 IPO를 통한 구주매출로 투자금을 갚거나 보장 수익을 충족하는 가격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드래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을 달았다. 약속 시한인 지난해 6월 전까지 IPO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이랜드 측은 결국 큐리어스 등 FI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자사주로 사들이기로 했고, 이를 통해 FI들은 원금과 약정이자 등을 합쳐 2년 만에 4700억원 가량의 투자회수 실적을 올렸다. 투자금의 절반은 인수금융으로 조달됐기 때문에, 연간 내부수익률은 16%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콜옵션 및 드래그얼롱 구조 자체는 FI 투자에서 흔하지만, 투자 규모나 기업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높은 수익을 올린 이랜드리테일 투자를 떠올리게 한다”며 “펀드 조성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노조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유의해 들여다보고 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향후 5년 내 쟁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노조 측 확약에 고용승계 방침을 밝혔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성동조선 노동조합이 강성노조인 전국금속노조에 속해 있다는 점 때문에 잡음이 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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