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장소·형식 모두 기존 관례와 달라
전날 문자메시지에서는 검찰 격하 대우
檢, 심기 불편… 요식행위 시각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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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늘(7일) 오후 법무부에서 만난다. 법무부 산하 기관장들이 추 장관을 예방하는 자리에 앞서 별도 대면한다. 앞서 윤 총장은 추 장관 취임 뒤 몇 차례 회동 제의를 했으나 거절 당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장관이 바뀔 때 법무부 장관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별도 회동하는 게 관례였다. 추 장관은 이런 관례를 깨고 만남의 장소나 형식도 모두 철저히 '법무부 위주'로 정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참석 가능 날짜 제출을 요청하며 인사위 개최 시기를 저울질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만남 후 법무부는 즉각 검찰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검찰 길들이기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오후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장관 취임에 따른 법무부 외청장 및 산하기관장이 법무부 예방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검찰'이나 '검찰총장'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검찰청을 대한법률구조공단ㆍ정부법무공단ㆍ범죄예방위원전국연합회 등 산하기관과 동일선상에 둔 셈이다. 추 장관은 3일 취임식에서도 법무부가 검찰의 상위기관으로서 우위에 설 것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검찰 제자리 찾기'란 표현을 쓰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법무부로부터 격하 대우를 받은 검찰 입장에서는 심기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득이나 검찰인사 논의 과정에서 '패싱'까지 당했던 검찰이다. 추 장관은 "총장과 인사를 협의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지만, 윤 총장에겐 의견을 표명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다. 7일 첫 회동도 검찰인사 전 총장과 상의했다는 요식행위일 뿐, 실제 윤 총장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의사는 추 장관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통상 절차가 추후 별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으나, 이번주 인사위원회 개최가 유력히 점쳐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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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이런 가운데 이번 주초 예상됐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시기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 방향을 정하는 인사위원회 개최 일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현재 검ㆍ판사, 변호사, 법학 교수 등 11인으로 구성된 인사위 위원들과 소집 일자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공석인 검사장급 이상 8자리를 채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 취임 전까지만 해도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6곳이었으나, 2일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에 이어 김우현 수원고검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빈자리가 늘었다. 법무부가 인사를 내기 전 검찰 간부들이 추가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추 장관이 구상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 법무부의 '탈검찰화'인 만큼 핵심 보직인 검찰국장 자리에는 비검사 출신 인사를 앉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유력 후보로는 민변출신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거론됐으나 그는 전날 사의를 표했다. 황 전 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느 날은 서울중앙지검장, 그 다음날은 검찰국장으로 보임된다는 얘기들이 떠돌았다고 들었지만 누구에게서도 그와 같은 제안을 받아본 적도 없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의 인사와 관련하여 갈등이 일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도 사실과는 한참 먼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검찰국장 인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추 장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일갈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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