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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취재파일] '이스라엘의 윤석열'과 검찰 인사: 안태근 판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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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 또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공식적 비판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 볼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서남아시아에 있는 민주공화국, 이스라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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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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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의 윤석열'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 2017년 현직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의 부인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고, 불과 2달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 이후 검찰이 "정치적 음모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수사관들이 오히려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검찰을 공격했습니다. 야당은 총리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고, 여당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은 총리를 두둔하는 입장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더욱 비슷한 점은 총리를 기소한 인물이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임명한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란 것입니다. 만델블리트 총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네타냐후 총리의 '내각비서(cabinet secretary)'를 지냈으며, 2016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충성파(loyalist)'로 인식됐던 인물이었습니다. 심지어 네타냐후 총리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던 2018년 초까지도 일각에서는 만델블리트 총장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종속된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Promoted by Netanyahu, Israel's Attorney General Must Now Scrutinize Him", The NewYork Times, 2018년 2월 13일 자 기사 참조)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석열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 착수하자, 초기에는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했던 상황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만델블리트 총장에 대한 이런 평가는 적어도 2019년 2월부터는 확실하게 바뀌었습니다. 만델블리트 총장이 "증거를 철저하게 검토한 결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만델블리트 총장은 '기소 전 심리 pre-indictment hearing' 절차를 밟아서 2019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과 사기 혐의 등으로 정식으로 기소했습니다. 지금은 네타냐후 총리가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처럼 현직 총리에게도 면책특권을 보장해달라고 의회에 요구해놓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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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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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총리가 검찰 인사를 못하는 이유

여기까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많은 면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선 현직 총리와 그 측근들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이나 수사팀 간부들을 해고하거나 인사 조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면책특권 보장안을 추진하는 대신 법적으로 보장된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총장을 해고할 가능성은 없는지 취재한 적이 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THE TIMES OF ISRAEL]의 2019년 6월 4일 자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형법과 헌법의 권위자인 모데차이 크렘니체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부소장(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법대 前 학장)은 "네타냐후에 대한 형사사법절차 진행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어떠한 종류의 해고도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구성할 수 있다."라며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하려고 시도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크렘니체 부소장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3류 국가(banana republic)'가 되는 셈이다. 나는 (네타냐후) 정부조차도 이를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고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습니다.

[※ 앞서 잠시 언급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관련 수사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해임한 사실, 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뮬러 특검 본인을 해임하려고 시도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대통령 본인과 참모들을 수사하는 FBI 국장과 특별검사를 해임하거나 해임하려고 시도한 행위 등이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그가 무죄임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뮬러 특검은 이후 별도 성명을 통해 법률적 한계 때문에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은 애초부터 옵션이 될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분명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만약 우리가 확신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뮬러 특검은 이후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사법방해죄로 기소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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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에선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선 가능?

하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과 청와대가 지지하고 있는 전직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 간부 인사가 단행된 지 6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이번 주 안에 검사장급 간부 인사가 이례적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초점은 청와대가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 수사 등을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청와대의 지방선거 불법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의 교체 여부입니다. 이스라엘 총리가 총리와 그 측근들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 혐의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우리나라 청와대와 법무부가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과 (청와대가 공개 지지하고 있는) 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부적절하거나 불법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형법에는 이스라엘 검찰총장 및 수사팀 인사 조치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스라엘 법률가들이 언급하는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법방해죄가 없다고 해도 청와대 관계자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형사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검찰 내부 적폐청산 사례로 평가되어왔고,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건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입니다.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공개하면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됐고, 안 전 국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 아닙니다.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재판에 회부될 수 없었습니다.

검찰은 안태근 전 국장을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권 남용 혐의, 즉,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할 것을 우려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서 검사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줬고, 이것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결론내렸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가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겐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안태근 전 국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오는 1월 9일에 선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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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검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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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근 판결과 인사권 행사에 대한 형사처벌

이 판결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검찰 내 미투 운동의 상징적 사건의 가해자가 유죄를 받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사실상 거의 무제한의 재량권으로 인정받아왔던 인사권 행사, 특히 상명하복의 질서가 엄격한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목적이 부당하고 인사 원칙과 관례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처벌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 역시 대단히 중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실질적 목적이 부당할 경우 법률에 직무상 권한으로 보장된 인사권을 행사한 행위도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상 최초의 판례가 탄생한 것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되는 검사 인사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는 데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라고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을 놓고 이견을 가지는 법률가들도 적지는 않지만,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판결로써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안태근 사건' 판결에 비춰볼 때, 조만간 단행될 검찰 간부 인사에 관련해 주목할 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이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전직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 간부들이 이례적인 검사장급 간부 교체 인사 대상에 포함될 것인가'입니다. 둘째는 만약 이와 같은 인사가 단행될 경우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과 청와대가 지지하고 있는 전직 장관에 대한 수사에 대한 보복 또는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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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인사가 발표되면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첫 번째 포인트는 앞으로 며칠 안에 발표될 법무부 인사 발령 안이 공개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점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첫 번째와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곧바로 부당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의혹이 제기될 수는 있겠지만, 두 번째 포인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사실관계는 훗날 국회의 조사나 검찰 또는 공수처의 수사 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확히 확인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사장급 교체 인사 대상에 현재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간부들이 포함된다면, 검찰이 수사대상으로 지목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인사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실질적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확인되어야 할 대목일 것입니다. 안태근 사건을 다룬 재판부가 검토했듯이 그간의 검사 인사 원칙과 관례에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졌는지도 검증 대상이 될 것입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검찰청법 34조 1항)"이라고 법률에 규정된 것처럼,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직무상 권한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직권남용으로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 역시 직무상 권한이 아닌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법규에 근거가 있는 직무상 권한을 부당한 목적으로 행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법규에 근거가 있는 직무상 권한을 실질적으로는 부당한 목적으로 행사해서 (일부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하급자 등 상대방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들이 인정하고 있는 직권남용죄의 정의(定義)입니다.

과연 검찰 인사를 둘러싼 여러 소문과 관측이 현실로 나타날지, 앞으로 발표될 검찰 인사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그리고 검찰 수사와 인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양쪽으로 갈라져 상대를 궤멸시키겠다는 듯 격돌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 참고: 이스라엘 검찰총장직의 공식 영문 명칭은 'attorney general'입니다. 이를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법무부 장관'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attorney general의 임명을 총리에게 제청하고, attorney general's office를 포함한 각종 법무행정 기구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 minster of justice'직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국가를 대표해 기소권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attorney general'은 '검찰총장'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현재 이스라엘의 '법무부 장관 minster of justice'은 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정치인 아미르 오하나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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