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큰집론’ 벗어나 자유민주 세력 연대통합 구상
당내선 ‘비대위 체제 요구 회피책’ 진정성 의심 시각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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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2)가 6일 초당적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총선 100일을 앞두고 보수 통합 깃발을 다시 치켜든 것이다. 특히 이번엔 한국당 중심의 통합인 ‘큰집론’에서 벗어나 소수정당들과도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당 일각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요구에 대한 회피책으로 통추위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밖에서도 ‘선 한국당 쇄신’을 보수 통합의 선결 과제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 기득권을 유지한 채 추진되는 통합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추위는 이기는 통합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통추위 구성을 선언했다. 이어 “기존 자유민주 진영 정당들은 물론이고 이언주·이정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들, 국민통합연대와 소상공인신당 등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겠다”며 “주도권 다툼과 지분 경쟁은 곧 자멸”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중심의 ‘흡수 통합’이 아니라 소수정당도 일정 지분을 갖고 동참시키겠다는 취지다.
황 대표는 최근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이언주·이정현 의원 등 통합 참여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합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당장 황 대표의 통추위 구성은 면피성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에선 인재영입 실패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완패’ 등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구성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근혜)계로 이뤄진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하려면 친박계 중심의 황 대표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요구에 답하지 않고 통추위라는 우회로를 꺼냈다.
게다가 한국당이 통합을 주도하는 이상 ‘초당적’ 기구 구성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초당적 기구로 역할하기 위해선 구성 과정부터 통합 대상 정당들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 통추위원장 역시 일정 부분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당이 이런 과정을 먼저 시작하면 첫 논의 단계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추위 합류 제안을 받은 새보수당과 ‘안철수계’ 등은 “통합보다는 혁신이 먼저”라며 냉랭하게 반응했다. 보수 통합의 최우선 파트너들이 황 대표가 제안한 통추위 구성에 거리를 둔 것이다.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재건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출범했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새보수당과 한국당이 보수 전체가 사는 방법에 대해 매일매일 경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은 혁신이 우선”이라고 ‘선 통합’에 선을 그었다.
다만 보수 통합 자체는 일부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필패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엔 ‘닥치고 통합’ 분위기가 없지 않다. 한국당을 제외한 보수 야당들도 통합 이외에는 대안 부재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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