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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까짓 범칙금’ 무시 예사인데…‘스토킹 처벌강화’ 입법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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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로 가벼운 처벌 그쳐

살인·성폭행 이어지기 ‘일쑤’

2018년 범칙금 처분 544건

관계부처 이견 하반기에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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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가게에 일하는 여성 B 씨에 다가와 지속적으로 추근거렸다. A 씨는 B 씨의 지인을 만나 “결혼할 사이”라고 하기도 했다. B 씨는 “가게에 찾아오지 말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A 씨를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은 경범죄처벌법 3조1항 41호(지속적 괴롬힘·스토킹죄)죄를 적용해 8만원의 범칙금 통고 처분 스티커를 발부했다. 하지만 범칙금 처분이 내려진 후인 지난해 9월에도 A 씨는 B 씨의 일터를 다시 찾았다. 경찰은 A 씨를 업무방해죄로 입건했다.

#2. 경기도에 사는 40대 여성 C 씨는 지난해 12월 8~16일 한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남성은 “만남을 갖자”고 요구했다. C 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남성의 구애는 그치지 않았다.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한 C 씨는 “남성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8만원의 범칙금 처분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C 씨가 남성을 처벌해 달라며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없어 8만원 과태료의 즉결심판이 내려졌다”고 했다.

최근 스토킹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범죄처벌법상 처벌에 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해당 법에 따라 범칙금 8만원을 물리는 것으로 스토킹을 예방하고 재범 방지 효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스토킹 처벌 강화를 위한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법률안 상정은 부처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상 스토킹 범죄로 범칙금 처분 명령이 내려진 건수는 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300건이었던 스토킹 범죄로 인한 범칙금 처분 건수는 점점 증가, 2018년 544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6월말에만 벌써 255건이었다.

우리나라 법률상 스토킹은 ‘경미한 범죄’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행위, 쓰레기 무단 투기, 암표 판매 행위 등을 단속하는 경범죄처벌법에 묶여 있다. 하지만 스토킹이 성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스토킹을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살인사건의 경우 전 남편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했고,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일으킨 안인득의 경우도 피해자 중 한 명을 스토킹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가 발생할 위험은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13.266배, 여성인 경우 22.011배 높아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스토킹을 이미 주요 범죄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스토킹을 단순 구애행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국회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경우 2012년부터 스토킹을 범죄로 인식, 경중에 따라 6개월 이하 또는 5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스토킹 규제 강화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달 26일 법제처 심사까지 완료 됐지만 국회 발의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피해자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등을 놓고 법무부, 경찰청, 여성 단체 등이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국회에서는 스토킹 처벌 법안 통과가 힘들어 보여, 올해 하반기에나 정부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 부처의 설명이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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