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어게인 2012’ 될까=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자주 소환되는 ‘과거’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2012년 4·11 총선이다. ▶국정운영 난맥상▶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여권의 악재가 야권의 분열로 상쇄되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012년 1월 17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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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당시 집권 4년차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국정의 키를 놓친 채 표류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한 무상급식 저지를 시도하다 실패해 중도 하차했다. 반면 민주당은 ‘분당대첩’(4·27 재·보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으면서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고, 10·26 재·보선에서 박원순 후보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 승리했다. 후보 양보로 박원순 시장 당선의 밑거름이 된 ‘안철수 현상’도 민주당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의 과반(152석, 민주당은 127석) 유지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여권은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무력화시킨 반면 야권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등 삐그덕 거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서 ‘친노 패권 공천’ 논란이 일고,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것도 야권 지지가 분산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MBC 의뢰·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야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51.3%)이 ‘여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35.2%)보다 높았다. 한국리서치 등 다른 업체의 최근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민주당 한 전략통 의원은 “집권 여당 심판 심리는 저류에 깔려 여론조사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의원이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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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의미 있는 통합·연대 나올까=총선 때면 후보단일화 전술을 펴곤 했던 민주당과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일찌감치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군소 정당도 지역 후보가 완주해야 비례대표를 더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구도에 영향을 미칠 통합과 연대의 가능성은 야권에 남아있다. 그 중심에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의원이 있다. '보수통합세력→자유한국당' 순으로 손을 잡아가는 것과 바른미래당을 토대로 수도권과 호남의 중도층을 다시 규합해 제3세력으로 나가는 방향이 안 전 의원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로 거론된다. 바른미래당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대권 욕심이 남았다면 전자가, 개헌 등 정치개혁의 길을 가겠다면 후자가 안 전 의원에게 합리적 선택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당 출신 인사는 “바른미래당을 토대로 한 독자 노선을 가면 최대 10% 정도의 정당 득표는 가능할 수 있다”며 “수도권에선 '안철수 효과'로 구도가 교란되는 지역구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경제단체장과 전국 상의 회장 등 경제인들이 참석해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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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이낙연VS황교안’ 기대심리=대통령 임기 중·후반부에 치러진 선거에선 차기 대권 유력 주자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곤 했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한국일보 의뢰·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2위를 이낙연 국무총리(25.4%)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12.2%)가 차지했다. 이 총리는 이미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황 대표도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해 두 사람의 '종로 대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기대심리가 표심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대표는 선거 경험이 전무하고 이 총리도 텃밭효과가 지배적인 호남 기반 선거만을 경험했다”며 “아직 두 사람에 대한 지지는 대안이 없는 상황서 불고 있는 미풍 정도”라고 평가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1일 앞둔 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 선거까지 남은 날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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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결국 “변수는 인물”=종종 표심에 영향을 미쳐온 북한과 검찰발 이슈의 영향도 이번에는 제한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 국면 '북풍(北風)' 논란이 일었던 것은 김영삼 정부 3년차(1996년)에 치러진 15대 총선이 마지막이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벌인 무력시위 사건이 이슈가 됐지만 이때도 김 대통령이 속한 신한국당이 139석을 얻어 1당 지위를 지킨 핵심 요인은 수도권에서 이뤄진 물갈이 공천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문 대통령의 측근들을 향하고 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처럼 여론을 뒤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최근 수사는 문재인 정부에 ‘공정성의 위기’를 몰고온 조 전 장관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유권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6년 총선에서 전망이 어둡던 민주당이 선전한 것도 결국 공천 결과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옥새파동'이라는 조어를 낳을 정도의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었고, 민주당은 표창원 의원 등 신진 인사를 영입해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21대 총선 불출마 예정인 한 민주당 의원은 “여야의 극한대립 탓에 부동층이 극대화된 상태여서 언제든 대형 이슈에 표심이 급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이대로라면 비례대표나 지역구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확보하는 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각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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