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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산업생산과 소비동향

고등어 가공 생산업체로 출범 1년도 안돼 매출 10억원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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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나라수산

33년간 금융인 출신이 지난해 창업… 초기 급성장에 부산 업계서도 관심

입소문 나며 50여 곳 거래처 확보… 고등어 선물세트 주문 증가 기대

동아일보

부산 사하구 감천동 나라수산 직원들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국민 생선 고등어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나라수산에서 하루 처리하는 고등어량은 3t 정도에 이른다. 나라수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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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경성(有志竟成).’

국내 수산물가공업의 전진기지인 부산 감천항 근처 사하구 을숙도대로(감천동) 나라수산에 들어서면 이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회사)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이 말을 모토로 내건 나라수산은 부산의 시어(市魚)이자 국민 생선인 고등어 가공 생산업체다. 출범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지금까지 매출액만 1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고등어 가공업체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 부산의 업계에서조차 놀라는 눈치다. 12명의 직원이 한 가족처럼 뭉친 나라수산은 오용환 대표(60)가 지난해 3월 5일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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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나라수산을 창업한 오용환 대표(오른쪽)와 부인 김양희 씨. 나라수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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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1982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뒤 지점장으로 나올 때까지 33년간 한솥밥만 먹은 전문 금융인 출신. 그는 2015년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한 회사의 임원이 됐지만 성에 안 찼다. 열정적인 그는 ‘이름을 걸고 멋진 회사를 경영해 보겠다’는 각오로 2018년 말 창업을 준비했다. 퇴직금에 창업지원금을 보태 겁 없이 도전했다. 지인 회사에서 3개월간 생선을 만지며 실습도 했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부인 김양희 씨(57)도 거들고 나섰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딸(30)은 ‘이 집 고등어 잘하네!’라는 편지로 격려했다. 이 응원문구는 현재 나라수산의 홍보물 대표 카피다. 식품가공의 핵심인 베테랑급 직원도 10명 채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나라수산의 생산 제품은 국내산과 노르웨이산 ‘순살 간고등어’와 ‘자반고등어’ 등 4가지. 고등어 머리와 뼈가 없으면 순살, 있으면 자반이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씨알이 굵고 지방이 풍부해 상(上)품으로 친다.

나라수산이 하루 처리하는 고등어양은 3t 정도. 한 상자에 20마리와 40마리씩 냉동 포장된 제품 300∼500박스를 매일 생산한다. 노르웨이산을 제외한 고등어는 전부 오전 6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구입한다. 작업장으로 옮겨진 고등어는 8시 반부터 천일염을 푼 얼음물에서 1차 세척 후 내장 및 뼈 제거, 2차 세척과 간 작업을 거쳐 크기별로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다. 이어 영하 40도의 급랭실에서 10시간 정도 얼려 포장한 뒤 영하 20도의 제품보관실로 옮기면 공정이 끝난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등어의 신선도 유지와 청결이다. 20년 이상 생선을 손질해 온 이행자 작업반장(66)은 “오 대표의 관심과 부탁은 오로지 청결이다. 동료들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까지 받았다. 세척공정과 작업장 및 작업도구 위생 관리가 품질과 직결된다는 오 대표의 소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정민 대리(35)는 “회사 경영방침도 선도 유지, 알맞은 간, 청결이다. 대표님은 늘 ‘우리 아이가 먹는 제품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다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고정 거래처만 50여 곳 확보했다. 유명 음식점이나 기업체의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추석 때는 오 대표와 부인이 전국 소비처를 돌며 나라수산 제품은 ‘미스코리아 고등어’라고 발품을 팔아 3000상자를 팔았다. 고등어 선물세트는 가성비도 높아 올 설에는 주문량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어 문외한에서 고등어 박사로 변신하고 있는 오 대표는 “가슴 뛰는 일을 할 때가 행복한 것 아니겠느냐.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 퇴근할 때는 아쉬워 아침이 기다려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모임 자리에선 꼭 ‘우리나라, 대박나라’라는 건배사를 한다”고 자랑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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