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의 한 장면 [자료=Mnet] |
‘프로듀스 101’ 사태의 여파로 일본의 대표적 걸그룹 ‘AKB48’도 몸살을 앓고 있다.
AKB48은 2018년 ‘프로듀스101’의 시즌3에 해당하는 ‘프로듀스 48’에 소속 멤버 39명을 출연시키는 등 사실상 공동 제작 형태로 참여했다. ‘프듀 48’로 데뷔한 12인조 걸그룹 아이즈원(IZ*ONE)에도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나코, 혼다 히토미 등 3명의 멤버가 활동 중이다. ‘프로듀스 101’의 콘텐트 파워와 한ㆍ일 공동 걸그룹 제작이라는 파격적 형식이 맞아떨어지면서 ‘프듀 48’은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프듀’ 순위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아이즈원(2021년 4월 종료)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프로듀스 48'의 최종 순위. 이들 12명은 아이즈원으로 데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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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즈원의 흥행을 통해 일본 내 파급효과를 노렸던 AKB48은 아이즈원 참여 멤버가 출연한 일본 TV의 예능프로그램이 통편집되고, DJ를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등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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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48과 프듀 48의 관계
AKB48의 52번째 싱글 '티처 티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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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AKB48이 ‘프듀 48’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한ㆍ일 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 연습생과 달리 AKB48 측은 이미 데뷔를 했고, 참여가 확정된 일부 멤버는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굳이 연습생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큰 관심을 모았다.
AKB48은 졸업제를 통해 기존 멤버가 나가고 새로운 멤버가 충원되는 시스템이다. 2005년 첫선을 보인 뒤 15년째 걸그룹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다. 각 지방 거점 도시에도 자매 그룹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HKT48(후쿠오카), NMB48(오사카), SKE48(나고야), NGT48(니가타), STU48(세토내해) 등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야와키 사쿠라가 HKT48 출신이다. 또, 마츠이 쥬리나가 활동하는 SKE48의 경우엔 ‘본진’인 AKB48(도쿄)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지방 그룹의 인기 멤버가 AKB48에서 겸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통상 AKB48이라고 하면 이들 그룹 전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AKB48과 자매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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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후발주자인 ‘노기자카46(乃木坂46)’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AKB48의 인기가 과거만 못한 상황이다. 노기자카46은 AKB48을 제작한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새로 내놓은 걸그룹이다. 노기자카 46은 2017~2018년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는 등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걸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AKB48은 2011~2012년 이 상을 받았다.
AKB48의 인기 하락에는 와나타베 마유, 다카하시 미나미, 코지마 하루나 등 전성기를 이끈 멤버들이 대거 졸업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대교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2년과 2018년 일본 오리콘차트 싱글 연간 순위. 2012년은 AKB48과 자매그룹인 SKE48이 10위권 안에 대거 진입한 반면 2018년에는 노기자카46의 선전이 돋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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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카46가 지난해 발표한 'Sing out'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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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48 측이 연습생 신분을 수용하고 ‘프듀 48’에 뛰어든 것은 AKB48 재생 계획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일본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트와이스를 모델로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시스템으로 만든 한ㆍ일 국적의 걸그룹을 내놓으면 AKB48 멤버들은 일본 내 팬덤도 이미 크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듀 48’에 참여한 AKB48 멤버들을 보면 이같은 기대감을 알 수 있다.
마츠이 쥬리나와 미야와키 사쿠라는 해마다 치러지는 AKB48 총선거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던 양대 기둥 같은 멤버다. 2018년 총선거에선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시로마미루, 야부키나코, 타카하시 쥬리 등은 각각 NMB48, HKT48, AKB48의 간판급으로 활동했던 멤버들이다.
일본에서는 2018년 ‘프듀 48’이 방영되는 동안 관련 단어가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는가 하면 관련 굿즈가 품절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AKB48을 제작한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도 ‘프듀 48’에 출연하는 등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KB48의 2017년 총선거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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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48'에 참여한 AKB48 측 주요 멤버의 최근 총선거 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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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48 타격, 왜?
AKB48의 재생을 노렸던 ‘프듀 48’이지만 공교롭게도 이 무렵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AKB48의 1인자 격인 마츠이 쥬리나가 ‘프듀 48’ 촬영 중이던 2018년 6월 건강 문제로 하차하면서 2018년을 통째로 쉬었다. ‘프듀 48’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한ㆍ일 양국을 오가는 바쁜 스케줄과 ‘프듀 48’ 첫 평가에서 B등급을 받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던 마츠이 쥬리나 [자료=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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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미야와키 사쿠라와 야부키나코 등 총선거에서 10위 안에 랭크됐던 인기 멤버들이 아이즈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본 AKB48 활동에 제동이 걸렸고, 인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내부 스캔들 악재 등이 겹치면서 2019년 총선거도 무산됐다. 팬덤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행사였던 만큼 AKB48 팬들 사이에선 위기감도 증폭됐다.
여기에 ‘프듀’ 조작 사건은 예상치 않은 피해까지 만들었다. 당초 아이즈원은 지난해 11월 정규 1집 ‘블룸아이즈’를 내놓고 복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쇼케이스 등 일본 활동이 모두 중단됐다. 아이즈원을 다룬 다큐 영화 ‘아이즈 온 미 : 더 무비’의 일본 상영도 연기되는 등 관련 행사도 올스톱됐다.
활동이 중단된 아이즈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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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혼다 히토미가 출연한 일본 지바TV의 예능프로그램이 통편집됐다. 당초 2주간 방송 예정이었던 혼다 히토미 관련 부분이 모두 제외됐다. 한ㆍ일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미야와키 사쿠라도 불똥을 맞았다. 미야와키 사쿠라가 DJ를 맡고 있는 일본 라디오 채널 Bayfm의 프로그램 ‘오늘밤, 벚꽃 나무 아래서’가 139화를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디시인사이드 AKB48 갤러리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아이즈원을 해체해서 AKB48 활동이라도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CJ ENM 측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순위조작에 대해 사과하면서 “아이즈원과 엑스원(X1)의 활동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활동 재개에 대한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내놓지 않았다. 아이즈원 멤버가 소속된 한 기획사 측은 “CJ ENM으로부터 활동 재개에 대해 어떤 연락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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