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수사하려 했으나 빨리 처리 못해 송구…가담 정도 등 고려해 기소 결정"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 결과 발표 |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지난해 4월 벌어진 여야 간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8명 등을 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광환 부장검사)는 2일 브리핑을 열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 23명 등 24명, 민주당 의원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및 국회 회의장 소동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나병훈 서울남부지검 공보담당관 등 검찰 관계자들이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 검찰에서는 그간 수사 종결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 시점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는.
▲ 수사란 건 살아있는 '생물'이다. 진행하다 보면 계획과 달리 빨라질 때도, 늦어질 때도 있다. 오늘이라는 날짜를 꼭 정해놓고 수사한 건 아니고, 진행하다 보니 오늘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 수사가 오래 걸린 것 같은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가 영향을 미친 것인가.
▲ 전혀 관련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처리가 아직 안 되지 않았나. 국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것을 보다 빨리 처리 못 한 점은 송구하다. 다만 막중한 업무를 처리하는 수사팀의 입장도 헤아려 달라. 신속하게 하려 한 것인데 앞으로 더 잘하겠다.
-- 정식재판에 넘기는 처분과 약식기소를 가른 기준은.
▲ 한국당 의원들의 경우, 행사한 범행의 정도와 횟수 등 수사팀 내부 기준에 따라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채이배 의원 감금, 의안 접수 방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 방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 방해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 중 가담한 상황의 개수와 현장에서 한 행동, 당내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민주당 의원의 경우 각 대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 결과 발표 |
-- 국회의장 등의 사·보임 직권남용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 국회의 선례와 현 국회법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그렇게 판단했다. 국회법 규정상 임시회에서는 사·보임을 금지하고 있고, 정기회에서는 위원회 위원이 선임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금지한다. 그런데 임시회는 대부분 30일 이내라서, 정기회와 비교할 때 동일 회기 내에만 사·보임 금지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경우 2018년 10월에 선임됐고, 그해 11월 이후에는 개선(改選·위원이 사퇴하거나 새로 선출되는 일)이 가능했다. 따라서 2019년 4월 개선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 한국당 측은 해당 사건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는데, 검찰이 보기에는 다른 대안이 있었는가.
▲ 한국당에서 (사·보임 절차 관련) 오해할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권한쟁의심판 등 나라에서 정한 다른 절차가 있는데도 당에서 국회 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며 충돌을 야기한 건 문제다.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앞으로는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폭력 행사로 기소됐는데,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들 기소에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있었나.
▲ 영상 등 증거를 파악해 폭력 정도가 중하면 기소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동기는 회의를 진행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어 그 점을 참작했다. 다만 원래는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를 방해한다 해도, 국회에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해소해야지 자력구제로 해결하려는 건 적절하지 않다. 사보임이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대응해야지 물리적으로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 의원들을 대부분 소환 없이 기소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소환 대상이 있는가.
▲ 소환 대상 중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의원은 없다. 이 사건은 물증이 있기 때문에 진술보다 물증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
'패트 충돌' 황교안·나경원·이종걸 등 여야의원 28명 기소 |
-- 한국당 입장에서는 검찰에 출석해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은 의원이 대부분이라 결과가 불리하게 됐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데.
▲ 검찰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 직접 출석을 요구했다. 출석하지 않는데 사안을 무한정 오래 끌고 갈 수는 없었다. 더는 기다려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4월 총선도 예정돼 있어서, 자칫 수사가 지연되면 정당 공천 관련 절차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발된 사람이 총 140명에 달해 하루에 한 명만 처리해도 100일이 훌쩍 넘을 것으로 우려했다.
-- 지난해 9월 패스트트랙 사건이 일괄적으로 검찰에 송치된 배경은.
▲ 작년 8월 중순까지 경찰이 확보한 영상자료가 2시간짜리 영화 700여편에 달했다. 이렇게 자료가 방대한 상황에서 기소의 책임을 지는 검찰이 영상을 보지도 않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경찰이 분석한 것을 다시 분석해야 할 필요도 있고, 해당 사안은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처음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사건이다 보니 경찰에서 1차 수사를 마친 후 받아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
--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이 기소 대상에서 빠졌는데, 관련이 있나.
▲ 관련 없다. 사건에 관련된 의원 중 특정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검찰도 모르던 일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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