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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독] 송병기와 檢 '박근혜 판결문' 두고 격하게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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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2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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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박근혜 전 대통령 판결문을 보시면 송병기 부시장은 무죄입니다."(변호인)

"판결문 어디에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겁니까."(검사)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영장실질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판결문, 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대 총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2018년 7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해 11월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선거개입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까지 투입하며 송 부시장 신병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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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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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의 판결문을 두고 다툰 이유는 송 부시장의 공소시효 때문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공모해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지방선거에 불법개입한 혐의를 받고있다.

공직선거법 제268조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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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19년 12월 30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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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공소시효는 완성됐나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논란 이후 정치권은 2014년 공무원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대폭 늘렸다. 이 조항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친박 후보를 배후 지원한 혐의로 2년 뒤인 2018년 2월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송 부시장의 변호인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법원은 공무원에 한해서만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10년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시기에 송 부시장은 민간인이라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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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이 2019년 12월 31일 오후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송년 시상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한편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 선거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공약을 논의한 혐의를 받아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검찰 소환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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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측 "檢 반헌법적 수사"



송 부시장의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검찰이 반헌법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부시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밝히려면 청와대 관계자를 구속해야지 왜 민간인을 먼저 구속하려 하냐"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공소시효 10년 적용)와 송 부시장은 선거개입 범죄의 공범이기에 "송 부시장의 공소시효도 10년"이라 반박했다.



박근혜 공판 검사의 말



박 전 대통령의 선거개입 재판을 담당했던 한 검사는 영장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 판결문에는 송 부시장이 무죄라는 근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변호인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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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조작을 총괄해 실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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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소시효의 경우 피의자 신분이 아닌 공무원이 저지른 죄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게 맞다"며 "송 부시장이 민간인일지라도 죄명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는 10년"이라 주장했다.

영장심사를 맡은 명재권 영장전담판사는 송 부시장에게 선거 전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했는지,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송병기와 靑 만남에 동석한 인물



송 부시장 측은 영장판사의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송 부시장이 행정관 등 청와대 인사들과 접촉할 당시 동석했던 인사들의 진술을 제시했다.

수첩을 두고도 송 부시장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수첩에 적힌 내용과 실제 사실이 대부분 맞아떨어진다"며 범죄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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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2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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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신병확보 총력



검찰은 내부적으로 지난 6.13 울산시장 선거가 송 부시장과 청와대가 개입한 관권선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오랜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려 권력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송 부시장의 신병 확보를 첫번째 관문으로 보고 있다. 송 부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공안수사를 오랜기간 해 온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개입 혐의는 입증이 어려워 검찰 입장에선 송 부시장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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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2월 31일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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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경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엄정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현직 검사장은 "울산시장 선거 수사팀에 대한 격려이자 청와대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고 말했다.

박태인·이수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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