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찾은 충북 청주 가덕면 청주석회 광산에는 '광부'가 없었다. 높이 8m, 폭 6m 갱도로 대형 트럭이 오갔다. 갱도 천장을 따라 광케이블과 전선이 이어져 있었다. 갱도 내부 2㎞ 지점에 있는 상황실에서 상황 점검을 마친 강석우 팀장이 발파 버튼을 눌렀다. 발파 지점에는 600t에 달하는 석회석 조각이 쌓였다. 이를 대형 휠로더(광석을 옮기는 장비)가 퍼담아 분쇄 공장으로 옮겼다. 최종문(42) 청주석회 대표는 "흔히 광산 하면 곡괭이로 탄을 캐는 노동집약적 산업 시설을 떠올리는데, 우리 광산은 사람 힘으로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기술집약적 산업 공간"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채굴한 석회석은 성분 분석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3D(입체) 지질 분석 장비로 발파 전 이미 원석의 성분을 확인했고, 곧장 유리 제조용 석회석 분쇄 공정으로 옮겨졌다.
올해로 창업 57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지금까지 석회석 채굴 한 분야에 매진했다. 그러나 초창기 시작했던 비료 원료용 석회석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각종 산업재·고급 사료용 석회석 채굴로 외연을 넓혀왔다. 그 결과, 사양산업이라는 광업 부문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2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청주석회를 올해의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명문장수기업이란 정부가 한 업종에서 4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며 성과를 낸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농업 비료에서 첨단 산업재로
최 대표는 이 회사의 4대 사장이다. 그의 증조부인 최창우 선생은 1950년대 석회질 비료를 만들어 식량 증산을 하기 위해서 석회 광산 개발에 나섰다. 1958년부터 광맥 탐사에 들어갔고 충북 청주 지역에서 우수한 광맥을 찾았다. 1963년 청주석회를 설립하고 2대 최원기(조부)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 청주석회는 광부들이 캔 석회석을 석탄으로 한 차례 구워 만든 석회질 비료를 농가에 팔았다. 1983년 3대 최규용(부) 대표가 취임하며 본격적인 다각화가 추진됐다. 농업 비료로 한정된 용처는 각종 축산 사료 원료, 산업재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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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북 청주 청주석회 광산에서 최종문 대표가 중장비 위로 올라가 석회석을 살피고 있다. 창립 57년이 된 청주석회는 부가가치가 높은 유리 원료 석회석 부문에서 국내 1위다. 최 대표는 "3D(입체) 지질 분석 시스템 등을 통해 품질 좋은 석회석 광맥을 찾아내 효율적인 채굴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신현종 기자 |
올해로 창업 57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지금까지 석회석 채굴 한 분야에 매진했다. 그러나 초창기 시작했던 비료 원료용 석회석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각종 산업재·고급 사료용 석회석 채굴로 외연을 넓혀왔다. 그 결과, 사양산업이라는 광업 부문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2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청주석회를 올해의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명문장수기업이란 정부가 한 업종에서 4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며 성과를 낸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농업 비료에서 첨단 산업재로
최 대표는 이 회사의 4대 사장이다. 그의 증조부인 최창우 선생은 1950년대 석회질 비료를 만들어 식량 증산을 하기 위해서 석회 광산 개발에 나섰다. 1958년부터 광맥 탐사에 들어갔고 충북 청주 지역에서 우수한 광맥을 찾았다. 1963년 청주석회를 설립하고 2대 최원기(조부)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 청주석회는 광부들이 캔 석회석을 석탄으로 한 차례 구워 만든 석회질 비료를 농가에 팔았다. 1983년 3대 최규용(부) 대표가 취임하며 본격적인 다각화가 추진됐다. 농업 비료로 한정된 용처는 각종 축산 사료 원료, 산업재로 확대됐다.
2006년 최규용 대표가 갑작스레 세상을 뜨며 미국 회계사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최 대표가 회사를 잇게 됐다. 그는 "4대를 이어온 사명감이라기보단 내 대에서 맥을 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아저씨들(청주석회 직원)의 고용 문제 때문이라도 사업을 접을 수 없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증조부 때부터 축적된 노하우에 혁신적 채굴 기술을 도입해 접목시켰다"고 했다. 첨단 장비를 도입하며 발파부터 분쇄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채굴량은 최근 10년 새 3배로 증가했다. 2016년부터는 3D 지질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 광부의 감에 의존해 광맥을 찾았다면 땅속을 스캔해 품질이 우수한 석회석이 있는 방향으로 채굴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부가 가치가 높은 유리 원료용 석회석은 칼슘 함량은 높고 철 함량은 낮아야 한다. 이러한 석회석이 분포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발파해야 그만큼 부가 가치가 높아지는 셈이다. 2012년 90억원이던 청주석회 매출은 2015년 101억원, 지난해엔 128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청주석회는 2021년부터 AI(인공지능) 채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AI가 광물 수요를 파악해 채굴량과 채굴 시점을 결정하고, 채굴된 석회석은 무인 트럭이 운반하는 방식이다.
◇북한 광물 개발은 한국 광업인의 책무
최 대표는 "앞으로 50년의 핵심 사업은 북한 자원 개발"이라며 "이는 한국 광업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단순히 한국 사업가로서 돈을 벌 기회가 아니라 북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돼 있지 않은 북한이 경제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사업 분야는 관광과 광업뿐인데, 이때 한국 광업인들의 역할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3년간 북한 광물 자원 연구를 진행해 지난 2017년 '북한광물자원 평가와 개발환경'이란 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책은 실제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 대표는 "광물 자원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선 최소 10년 이상의 지질 탐사와 연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남북의 꾸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주=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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