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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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의 ‘패스트트랙 동물국회’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연됐다. 국회의장석 주변은 2시간 가까이 아수라장이 됐고 욕설도 난무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표결을 막기 위해 의장석 주변을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뚫기 위한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벌이면서다.
오후 5시41분 문 의장이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할 때 혼란은 절정에 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 벽을 두드리며 문 의장을 향해 “역적 문희상! 독재 앞잡이! 아들 공천!”을 외쳤다. 의장석으로는 ‘독재가 시작됐다’고 적힌 유인물이 날아들었다. “X끼야”라는 욕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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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석 주변 인간장벽 쌓은 한국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막기위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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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회의장 주변은 오후 3시로 예정된 개의 시각 전부터 짙은 전운이 감돌았다. 의장석이 설치된 단상은 오후 2시55분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한국당 의원 수십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 주변을 에워싸고 인간장벽을 만들었다. 손에는 ‘대한민국을 밟고가라’ ‘헌법파괴 연동형 선거법 절대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본회의장 관람석의 기자들을 향해 “저희의 이런 모습은 불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날치기도 정도껏 하라”(장제원 한국당 의원)는 성토도 이어졌다. 본회의장에 입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석에서 이 모습을 조용히 응시했다.
의장실 주변도 내내 어수선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임시국회 회기 결정을 첫번째 안건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선거법 표결을 1번 안건으로 올린 건 건 국회법 위반”이라고 항의하면서다. 1시간 넘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본회의장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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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1차 진입 시도… 10분 만에 실패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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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으로 향하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로 물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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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32분 문희상 의장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1차전’이 시작됐다. 본회의 개의 예정시각을 1시간 30분여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사퇴. 문희상 물러가라”를 외치며 단상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당장 나가” “이게 대한민국 의장이냐” 등 고성이 터져나왔다. 의원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방해”라고 항의했다. 문 의장은 방호요원 20여명에 둘러싸여 한국당 의원들의 저지선을 조금씩 밀어냈지만 ‘1차 진입시도’는 실패했다. 의장석까지 15m 정도를 남겨두고 문 의장은 10분 만에 회의장 뒤편으로 철수해 한쪽 의원석에 주저앉았다.
문 의장이 물러서면서 1시간 가까이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회의장 맨뒤 한 켠에는 문 의장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의원석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 근처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며 ‘이중 전선’이 형성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사이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문 의장 설득을 시도했다. 문 의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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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진입시도에서 7분만에 저지선 뚫려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으로 향하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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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착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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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30분쯤 문 의장이 의장석 재진입을 시도하며 ‘2차전’이 벌어졌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힘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만든 인간 방어벽을 무너뜨리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밀지마” “으악. 깔려있다고…”라고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저지선은 약 7분 만에 뚫렸다. 문 의장은 경호원 부축을 받으며 떠밀리다시피하다 오후 5시37분쯤 의장석에 앉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역적”을 외치며 들고 있던 유인물을 의장석으로 던지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문 의장은 곧바로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란다. 성원이 되었으므로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장석 옆에 서 있던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게 뭐예요.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라며 고성을 연이어 내질렀지만 문 의장은 심 원내대표를 향해 “그만해. 이제 그만해”라고 했다. 문 의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선거법 날치기는 안 된다. 좀 말이 되게 (일을) 하라”(심 원내대표)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입법차장은 질서 유지를 해달라. (한국당 의원들은) 단상에서 내려가달라”는 문 의장의 주문 이후 의장석 주변 혼란은 국회 방호원들에 의해 물리력으로 정리됐다.
오후 5시45분 선거법은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군소 야당 의원들이 참여한 전자표결 이후 문 의장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의장석으로 욕설과 유인물이 날아들었다. “역적 문희상”이란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도 회의장 안에 울려퍼졌다.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경북 포항북)이 자신이 발의한 포항지진특별법 제안 설명을 포기하자 문 의장은 “김 의원이 제안 설명을 안 한다니까 꼭 기록해놨다가 포항 분들에게 얘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영익·정진우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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