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선거법 통과직후 결성"…선거법 일방처리 상황에 대응 차원
한국당, 비례30석 확보 가능 계산…與 비례정당 동참 '맞불'도 관건
무제한 토론 나선 권성동 의원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방현덕 기자 = 자유한국당이 24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개정 선거법이 통과된 직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설립을 공식화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범여권 '4+1' 협의체의 연동형 비례제 적용 선거법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될 상황에 놓이자 대응 카드로 '비례한국당' 창당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이런 반헌법적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시작을 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고 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 연동률 50%를 47석 중 30석까지만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에 합의했고, 이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이번 임시국회 종료일인 25일 끝나면 26일 재소집될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표결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미 중앙선관위에 '비례한국당' 당명을 등록한 인사와의 접촉을 통해 창당에 함께할 수 있는지를 의사를 타진하고,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비례정당을 독자적으로 세우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앞서 권성동 의원도 이날 '4+1' 선거법 상정에 대한 본회의 무제한 반대토론(필리버스터)에서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어서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을 다 보내 (기호) 2번을 만들 것"이라고 구체적인 인적 구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우선 비례한국당 창당의 배경으로 범여권 '4+1'이 만든 연동형 비례제의 여러 문제점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견에서 "차기 총선에서 이번에 통과를 획책하고 있는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의 해괴한 선거법이 얼마나 반헌법적·반문명적인지를 만천하에 공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로텐더홀 회견에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직접선거 및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의원도 연동형 비례제가 베네수엘라·알바니아·레소토 등 일부 독재국가에 도입됐다가 폐지된 후진적 선거제도라는 점을 필리버스터에서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제 비례한국당을 만들 경우 내년 총선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해보니 실익이 상당하다는 판단도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공식화 배경에 깔려 있다.
이 선거제 틀 안에서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상당수 확보하면 현재 정당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민주당과 비슷한 의석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4+1' 군소정당의 각종 이익까지 어느 정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비례한국당 설립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해왔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선관위에) 등록할 마음만 먹으면 이틀 만에 등록할 수 있다. 6월부터 원내에서 (비례한국당 관련) 여러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5개 지역구를 포함해 현재 지역구 의석을 다시 확보하고, 연동형 비례제가 4+1 합의안대로 도입되면 109석이 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성인 2천5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지지율(30.9%)대로 득표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대화하는 심재철-김재원 |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은 채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지역구로만 96석을 갖는다. 비례한국당이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흡수하면 비례대표만으로 29석이다.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합쳐지면 125석이 된다.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고 현재의 지지율(39.9%)대로 비례대표까지 확보할 경우의 의석(129석)과 맞먹는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대로 한국당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으로 맞불을 놓으면 비례한국당 의석수가 반감할 수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도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보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그런 보고서를 제가 입수했다"며 "민주당이나 우리 당이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다 보면 (연동형 비례제가) 정말 이상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실질적으로 일회용 선거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총선 직후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의 합당이 무난하게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독자노선을 걷거나 합당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무리한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비례한국당 검토 과정에서 이 같은 '배신' 가능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며 "변수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한국비례당 '신경쓰여'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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