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들이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타당성심사과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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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추진했던 산업재해 모(母)병원 건립 사업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정부세종청사 내 기재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KDI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예타 관련 업무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기재부 압수수색은 2016년 11월 24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상목 1차관실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해 선거 당시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 측과 공조해 김 전 시장 측의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을 정부의 예타를 통해 좌초시켰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업무수첩 등을 통해 2017년 가을부터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여러 차례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이하 공공병원) 설립 등을 논의한 단서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선거캠프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뒤 '산재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에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메모를 업무수첩에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에는 이진석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의 회의 결과라며 '(공공병원) 총 사업비가 2000억원이며 기재부 반대에 대비해 울산시 부담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월에는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당시 장 모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공공병원과 관련해 논의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선거에서 송 시장은 공공병원 유치를, 김 전 시장(자유한국당 후보)은 산재모병원 건립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재모병원은 2003년부터 울산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지난해 5월 28일 정부의 예타 불합격 발표로 무산됐다.
반면 송 시장이 공약한 공공병원은 올해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관련 사업이 시작된다. 김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재모병원 예타 탈락은 매우 의도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송 부시장을 울산지검으로 불러 네 번째 조사를 진행했다.
기재부와 KDI가 산재모병원 예타를 적법하게 수행했는지, 부당한 외압 행사는 없었는지가 앞으로 검찰 수사의 주요 관심사다. 산재모병원 건립이 기재부의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김 전 시장의 주요 공약이 좌초됐고, 그 결과 당시 여당 후보였던 송 시장 측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울산 지역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예타 탈락 공개 시점이 결정됐다고 항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울산시에서 마지막으로 사업 변경을 건의한 게 2017년 9월이고, KDI가 약 9개월간 예타 승인 여부를 위한 검토를 진행해 지난해 5월 23일 기재부에 종합평가 결과를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부가 발표 시점을 조율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재부가 지난해 5월 산재모병원의 예타 탈락 결정을 내린 뒤 올해 1월에는 공공병원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포함한 것에 대해 의혹이 불거졌다. 산재모병원은 예타 당시 수익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적 영향까지 감안해주는 종합평가(AHP)에서도 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던 사업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익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을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산재모병원 예타 불발 당시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으로서 해당 업무를 처리했던 담당 공무원 A씨가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주목된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A씨는 2012년 군산대 사무국장을 거쳐 김 전 시장 임기 중인 2016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부임했다. 지난해 2월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을 거쳐 같은 해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재부는 예타 결과를 사전에 청와대와 여당에 알려 선거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KDI,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나 울산시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이들 선에서 예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이 울산시장이나 외부에까지 전파됐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문재용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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