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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투' 상징 이토 법정 승리…"이겼어도 상처는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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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지법, 가해자인 전직 방송기자에 3천550만원 배상 판결

연합뉴스

성폭행 피해사실 폭로한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2017년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일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상징이 된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씨가 18일 성폭행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NHK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이날 시오리 씨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전직 유명 방송기자인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에게 330만엔(약 3천5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이토 씨는 4년 전 당시 TBS 기자로 재직 중이던 야마구치 씨와 식사를 하다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야마구치 씨가 묵던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1천100만엔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토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서를 내면서 피해를 호소했지만, 야마구치 씨는 성행위는 동의로 이뤄졌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오히려 이토 씨에게 1억3천만엔의 배상을 요구했다.

도쿄지방법원은 이날 "이토 씨가 친구와 경찰에 피해 상담을 해온 것이 성행위가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을 입증한다"면서 "한편, 아마구치 씨의 진술은 당시 보낸 메일과 내용이 모순되며, 핵심 부분이 불합리하게 변해 신뢰성이 중대하게 의심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야먀구치 씨가 제기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이토 씨가 성범죄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려고 피해를 공표한 행위는 공익성과 공익목적이 있고, 내용도 진실이라고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앞서 이토 씨는 성폭행 피해에 대해 경시청에 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형사절차와 민사재판의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이토 씨는 이날 판결 이후 취재진에 "많은 분의 뒷받침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승소했다고 제가 받은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울먹였다고 NHK는 전했다.

이토 씨는 4년 전 일자리를 소개 받기 위해 당시 TBS 워싱턴지국장이었던 야마구치 씨와 식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한편 TBS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전직 사원의 재직 중 사안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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