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폭행' 김학의·윤중천 재고소…여성단체 "직권남용 검찰 고발" (종합)

여성단체, 18일 고소·고발장 제출

피해 여성 2014년 이어 두 번째 고소

"수사검사 지위 이용해 사건 축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입니다. 왜 저를 특별한 사람으로 자꾸 만들며 세상과 부딪혀 나오게 만드는 겁니까. 정말 하루하루 살아 있는 제가 신기합니다. 저보고 그냥 할 만큼 했으니 알아서 목숨 끊고 세상이 조용해지게 죽어라 하는 판결로 들렸습니다. 당신들의 가족이 이런 행위를 당했어도 시간 끌기를 하며 이런 판결을 할 수가 있나요. 죄가 있어도 처벌할 수 없다니. 너무 아픕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2014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폭행' 사건을 처음으로 고소했던 피해자 A씨는 18일 407개 여성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밝혔다. 직접 현장에 나오지 못해 여성단체 관계자가 A씨의 글을 대신 읽었다.

이날 A씨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특수강간과 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2014년 고소한 이후 두 번째다.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와 특별수사단의 재수사까지 진행됐지만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달 22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대가성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윤씨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현정 변호사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A씨가 경찰과 검찰에 진술했으나 기소 되지 않은 범죄 사실에 대해 기소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1심 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을 잃은 전형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 변호사는 "이번 고소는 피해자 A씨가 2013년도 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공소시효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7개 여성단체는 2013년과 2014년에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강제 수사를 방해하는 일련의 행동들, 각종 압수수색을 검찰 내에서 전부 기각하고 소환을 해도 나오지 않는 피의자 등 수사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사건을 축소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당시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검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 하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 피해 여성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