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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드라마라지만… 북한군 손목에 명품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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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사랑의 불시착’ 北 미화 논란 / ‘인민의 낙원’ 등 선전구호도 등장

세계일보

tvN 새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에서 각각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북한 인민군 장교 ‘리정혁’으로 분하는 손예진과 현빈(오른쪽). 현빈이 왼 손목에 찬 시계는 고가의 명품 시계다. tvN 캡처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tvN 새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이 때아닌 북한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북한이 연말 협상 시한을 운운하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인민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요사이 남북관계와 국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드라마 속 북한의 모습이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드라마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북한 인민군 장교 리정혁(현빈)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지난 15일 방영된 2화다. 이날 윤세리는 “세끼 중 두 끼는 고기를 먹는다”며 ‘거짓 선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리정혁에게 “미안하지만 고기 좀 있을까요”라고 고기반찬을 부탁한다. 리정혁은 소금 독에서 고기를 꺼내 연탄 화로에 구워 한 상을 차려 준다. 그의 손목에는 고가의 명품시계가 눈에 띈다. 알고 보니 그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드라마 속 북한 주민들은 현실과 달리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낙네들은 개울가에서 다 같이 김장김치를 담그느라 여념이 없고, 그 옆에는 타래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다. 또 군데군데 ‘인민의 락원’(낙원), ‘선군혁명 강성대국’ 등 북한의 선전구호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북한을 미화한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전날 방송에서 목함지뢰를 상세히 다룬 데 대해서는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현빈이 북한군으로 나오는 게 북한 미화냐”거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드라마는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한 듯 매회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조직 및 배경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밝힙니다”란 자막으로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제작 발표회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라며 “북한 소재 자체가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드라마에선 네 남녀가 로맨스를 할 수 있는 단절된 공간으로 작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산 제품이 북한 사회에 침투한 모습도 그린다. 리정혁 부하인 병사 김주먹(유수빈)은 10여년 전 드라마인 ‘천국의 계단’을 보느라 경계태세를 게을리하고, 북한 보위부 간부들은 ‘막대커피’(커피 믹스)에 빠져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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