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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아아~ 머니 볼의 시대는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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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책과 영화로 잘 알려진 ‘머니 볼’은 야구를 하는 방식을 크게 바꿨다. 이름에서 드러나는 편견 때문이지만, ‘머니 볼’은 단지 돈을 아끼는 야구가 아니었다. 강하게 던지고, 강하게 때리는 야구에서 아웃을 당하지 않는 야구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야구의 목적은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출루를 하는 것이었다. 1에서 출루율을 빼면, 그게 바로 ‘아웃을 당할 확률’이었다.

야구를 보는 방식, 하는 방식, 운영하는 방식을 모두 바꿨다. 야구는 더 이상 힘 있는 타자, 빠른 공 투수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야구에 필요한 숨은 재능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야구는 ‘누군가’의 종목에서 ‘모두’의 종목이 될 수 있었다. 단지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것을 넘어서 누구나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오랜 격언을 현실로 보였다. 영화 <머니 볼>의 명대사 ‘어떻게 야구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어’(How can you not be romantic about baseball?)는 ‘머니 볼’이 바꾼 야구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대사다.

2019시즌이 끝난 겨울, 스캇 보라스는 3일 동안 거물 3명의 계약을 성공시켜 8억1400만달러를 벌게 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앤서니 렌돈이 각각 7년 2억4500만달러에 계약했고, 게릿 콜이 9년 3억2400만달러에 계약했다. 최근 2~3년간 썰렁하던 스토브리그 F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슈퍼 에이전트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보라스는 최근 CNBC에 출연해 ‘머니 볼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선언했다.

‘머니 볼’ 전략은 2000년 이를 실행한 주인공 오클랜드처럼 스몰 마켓 팀이 여러 가지 전력 요소를 쥐어 짜 딱 필요한 만큼의 돈으로 필요한 선수를 사 전력을 극대화 하는 방식이다. 공개되는 것이 많은 야구 종목 특성상 한 팀의 머니 볼 전략은 다른 팀으로 쉽게 이전된다. 부자 구단들이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하면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전략이 점점 더 부자구단에 유리해지는 중이다.

휴스턴과 시카고 컵스 등은 선수의 동작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100만달러 장비를 여러 개 구매했다. LA 다저스는 선수들의 야구 실력을 높이는 연구·개발 부서에만 30여명의 전문가를 고용했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관중 수가 줄어들고 있다. 측정되고 계산된 야구의 성공은 팬들에게 기술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라면서 “팬들이 원하는 야구는 대형 베테랑 스타들이 야구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야구”라고 설명했다. 부자 구단의 분석 위에 부자 구단의 자금력이 더해진다.

야구의 ‘부익부 빈익빈’은 제도로 뒷받침된다. 메이저리그는 내년 구조조정을 통해 마이너리그 팀 42개를 없앤다. 앞으로 신인드래프트도 30라운드에서 20라운드로 축소된다. 대형 스타들의 몸값은 3억달러를 넘어가지만, 방출 FA는 해마다 늘어난다. 2011년 30명이었던 방출 FA가 이번 겨울 54명으로 늘었다. 9월1일 이후 확대 엔트리도 종전 40명에서 내년부터 28명으로 줄어든다.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 시즌 막판 승부를 걸 수 있는 스몰 마켓 팀의 전략 활용도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비싼 나라의 비싼 선수들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메이저리그 대표 괴짜 트레버 바우어는 16일 트위터에 “야구가 모든 레벨에서 망쳐지고 있는 중”이라고 적었다. 더 이상 야구와 사랑에 빠질 수 없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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