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술 마셨던 30대, 운전대 잡았다가 다음날 오후 적발…'면허정지 100일'
낮에도 음주단속 |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사실 이 시간대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그렇지만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연말 음주운전 집중단속에 들어간 첫날인 16일 오후 3시. 서울의 한 고가도로 진출입로에서 음주단속에 나선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과 최진식 경위는 저녁이 아닌 한낮에 음주단속을 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해당 구간에 음주단속 안내용 세움 간판을 설치하고 내부순환도로에서 청계천로로 진입하는 1차로를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기습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단속에 대체로 놀란 표정으로 음주측정에 응했다. 구급차나 택시, 공공기관 소속 차량도 예외는 없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단속 경찰관을 향해 "고생이 많다"고 격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화물트럭을 몰던 한 남성 운전자는 단속에 응하더니 "도대체 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핀잔을 던지기도 했다.
단속 시작 24분째. 승용차 운전자 A(34·남)씨가 숨을 불어넣은 감지기에서 '삑삑' 하는 경보음이 울렸다. 경찰관들은 A씨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정확한 음주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갓길에 세워 둔 경찰차로 데려갔다.
A씨는 "자정께 친구들과 소주 1병을 마셨다"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헹군 뒤 음주측정에 응했다.
'면허정지 100일입니다' |
측정기 화면에 뜬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0.031%였다. 올해 6월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훈방조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찰관들은 A씨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하도록 안내했다.
최 경위는 "A씨처럼 술을 마시고 나서 12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숙취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술이 다 깼다고 생각하고 아침에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에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꼭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하고, 전날에 술을 마신 경우에도 아침에 운전대를 잡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는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를 '교통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해 기관 간 대책을 공유하고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기간 음주운전 상시단속 체제에 돌입한다. 유흥가나 식당, 유원지 등 음주운전이 많이 발생하는 곳 주변에서 밤낮없이 불시 단속하는 방식이다.
술자리가 많은 금요일 밤에는 전국 동시 단속을 할 예정이다. 이때는 20∼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하는 단속도 벌일 방침이다.
'연말 음주운전 단속합니다' |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모두 10만7천109건 발생했다.
이는 하루 평균 59건꼴로, 이 기간 전체 교통사고(110만9천987건)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9.6%였다.
또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5년간 숨진 사람은 2천441명, 다친 사람은 18만6천391명에 달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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