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적당한 타협→원칙 관철' 기류 변화…선거제 좌초, 검찰개혁에 영향 미칠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다라 기자, 임춘한 기자] "4+1 협의체 협상이 난항에 직면했음을 고백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16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조정을 뼈대로 한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4+1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조정안이 아닌 원안 표결을 시사하는 방안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된 '원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석패율제 도입, 선거연령 만 18세로 조정 등이 담긴 방안이다.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일 경우 호남, 경북 등 농촌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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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을 본회의 표결에 올리면 선거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선택은 선거제 부결까지 염두에 둔 '벼랑 끝 전술'인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면서 "석패율제는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만든 제도인데 중진들 재ㆍ보선용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을 각각 열어놓고 있지만 기류는 '적당한 타협'에서 '원칙의 관철'로 바뀐 상황이다.
여당이 4+1 협의체 소속 정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높은 정당 득표율을 얻어도 비례대표는 5명 이하 밖에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위해 선거제는 양보하겠다는 여당의 기본 전략이 바뀐 이유다.
여당의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50석 원안 표결은 한국당 쪽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6일 "(자유한국당 고위관계자로부터) 패스트트랙 원안을 표결한다면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일각에서 원안 표결 제안이 나왔지만 이를 원안에 대한 찬성 기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원안이 부결되는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민주당이 벼랑 끝 전술을 준비한 것은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선거제 원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안까지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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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탄생에 힘을 실었던 진보·개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막판 기류 변화로 개혁안이 좌초된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원칙을 지켰다"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개혁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른 야당의 부담감을 자극해 대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준연동형비례제를 뼈대로 한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당 구도에서 군소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있어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 몇 석을 더 얻기 위해 합의를 거부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기득권 양당이 소수당에 끝없이 양보를 요구했다"면서 "정치개혁, 사법개혁 완수는 촛불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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