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미세먼지 지옥 속 영유아 가족 공기청정기 생존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07] 지난 10일 출근길 하늘이 유독 뿌옜다. 목이 칼칼하고 눈이 뻑뻑한 게 미세먼지임을 직감했다. 일기 정보를 확인해보니 이날 대기 정체와 국외 미세먼지 유입으로 올겨울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미세먼지는 저녁까지 하늘을 뒤덮었다. 퇴근길에는 마스크를 써야 했고, 입었던 옷은 모두 세탁했다.

미세먼지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하늘은 여전히 뿌예서 가급적 외출을 자제했다. 마침 쉬는 날이었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 공기청정기가 종일 작동해도 제 기능을 다하는지 늘 궁금했다. 공기청정기 성능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이날 미세먼지는 ㎥당 146㎍(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는 91㎍으로 환경부 등급 기준 각각 '나쁨'과 '매우나쁨'을 기록 중이었다. 거실 큰 창을 활짝 열고 공기청정기를 들여다보았다.

표시판에 초미세먼지(PM 2.5) '4'를 가리키던 공기청정기 숫자가 순식간에 '101'까지 치솟았다. 갑작스레 먼지가 밀려드는 탓인지 '136'까지 잠시 오르기도 했다. 빨간불이 켜지며 청정기가 바삐 돌아갔다. 미세먼지가 실내로 대거 유입됐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미세먼지를 잘 감지하고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지옥 속에서 내 집만큼은 안심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기기 앞에서 방귀를 끼거나 크게 움직일 때도 가끔 바삐 돌아가서 과민한가 싶을 때도 있다. 사용 중인 제품은 엄마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으로 통하는 위닉스 '타워프라임'이다. 25평형 아파트에서 사용하기에 알맞다.

아이들은 '슈퍼 청정모드'를 틀어놓고 풍선 놀이를 즐긴다. 강력하고 빠른 청정이 필요할 때 쓰는 기능인데 강한 바람이 나와 기기 위에 풍선을 올리면 풍선이 천장까지 날아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깔깔깔 웃는다. 떨어지는 풍선을 받아 다시 올려놓기를 반복한다. 다만 기기 위쪽 틈에 개구쟁이 작은아이가 퍼즐이나 작은 장난감 따위를 넣어 가끔 나와 남편을 당황케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기와 관련된 제품에 유독 소비자 잣대가 엄격하다. 나 역시 그랬다. 과거 생활가전업체를 출입하며 얻은 얕은 지식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선풍기 혹은 공기순환기 뒤에 필터를 덧댄 구조로 이해하면 쉽고, 이 필터와 모터 성능이 곧 공기청정기 성능을 좌우한다. 빨리, 많은 양을 흡입해 필터에 걸러 좋은 공기를 내보내는 것이 공기청정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모터 힘이 좋고, 필터와의 미세한 틈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든 미세먼지로 뒤덮인 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가성비는 몰라도 '가심비'는 기대 이상인 것이다.

[권한울 오피니언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