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못 찾는 한국당 리더십
“본회의 3시 개회” 합의로 뒤집고
심재철 원내대표 ‘운신의 폭’ 좁혀
14일도 광화문서 집회 ‘강경일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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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3일 초유의 ‘회기 필리버스터’를 꺼내들며 임시국회 첫 본회의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 안팎에선 황교안 대표의 ‘사생결단식’ 투쟁 기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는 그간 삭발·단식·농성 등 강경 투쟁을 거듭하며 여야 협상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엔 아예 국회 출입문에 빗장을 걸며 극단적 파행까지 유도한 것이다. 황 대표의 ‘봉쇄 리더십’이 심재철 원내대표 운신마저 좁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6시13분쯤 페이스북에 “죽기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 투쟁을 멈출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 문제 해결의 방법이 거의 투쟁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프다”며 사실상 강경 투쟁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 “싸울 수밖에 없다.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밖에 없다”며 “청와대+4+1, 이 난잡한 세력들과 싸워야 한다. 우리는 1, 오직 하나이다. 국회에서도 광장에서도 하나 되어 싸우자”고 했다.
한국당은 분주하게 투쟁 준비를 이행했다. 수도권 당원들에게 오후 국회에서 열린 규탄대회 동원령을 내렸다. 일부 의원실은 필리버스터 원고를 준비했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본회의에 무슨 안건이 올라오는지도 전혀 모르고 완전히 제1야당 원내대표를 ‘패싱’하고 있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의장실 안에선 고성이 새나왔다. 심 원내대표는 의장실을 나와 “(국회 운영을) 잘해달라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의 운영 방식을 ‘흠집’내며 필리버스터 ‘명분 쌓기’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오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 후엔 “본회의를 오후 3시에 열기로 했다. 예산부수법안·민생법안 순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선거법은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기는 표결로 결정할 것 같다”며 “회기 결정 안건이 1번 항목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에는 반대하지만 의사일정엔 합의한 셈이다.
그러나 오후 당 의원총회를 거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당은 회기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심 원내대표가 ‘회기 안건은 표결할 것 같다’고 한 브리핑 내용도 뒤집힌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의총 후 “명시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고 한 적 없다”고 했다. 문 의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지만 심 원내대표는 응하지 않고 당 주최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당시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강경 투쟁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강경 투쟁만 반복한 까닭에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 공조가 이뤄지면서 협상 시기를 놓쳤다는 관측도 많았다. 이번에도 황 대표가 14일 광화문 집회를 예고하고,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농성을 시작하는 등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 관계자는 “회군을 검토할 타이밍(시기)마다 황 대표가 가로막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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