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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정세균, 헌정사에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 기록 세울까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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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입법부 수장 출신 국무총리 전례 없다는 지적 나와/전직 국회의장, 학계는 국가의전 서열 보다 능력 중시해야 긍정평가/정 전 의장 총리 취임은 그동안 정치일선 물러난 전직 의장 관행 깨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취임하면 헌정사에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 기록을 세운다.

청와대는 정 전 의장에게 검증동의서를 제출받아 검증 작업에 본격 착수하는 등 이 총리의 후임으로 그를 지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호남 출신인 정 전 의장을 후임 총리로 검토하는 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 인사청문회 실시 후 현역 국회의원이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예는 현재까지 없다.

헌정사에서 국회 부의장 출신이 총리 자리에 오른 인사는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2대 국회에서 민의원 부의장을 지낸 장택상 씨는 1952년 제3대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또 제14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한 이한동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제33대 총리로 발탁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국회의장을 맡았으며, 당시 국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특이한 케이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 의전 서열 5위인 국무총리를 한 전례가 없어 정 전 의장이 총리직을 수락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고 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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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장을 했던 분이 행정부의 2인자, 국무총리설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삼권분립 정신을 망각하는 행동”이라며 “대통령은 그런 검토가 있었다면 즉각 철회해야 된다. 어떻게 삼권분립 정신을 무시하는가. 이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정 전 의장의 총리카드를 비판했다.

그러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13일 통화에서 “국가 의전 서열 2위, 5위를 따지고 삼권분립 원칙 등 형식논리를 말할 것이 아니라 국정을 이끌어 갈 능력과 적격여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며 “위상 운운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임명되는 게 나라에 보탬이 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박 전 의장의 입장이다. 국가를 이끌어 갈 역량을 중시해야지, 형식논리에 얽매어 위상을 따지는 것은 전혀 실익이 없다는 의미다.

교수 등 전문가들도 전직 국회의장의 총리카드에 긍정적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전례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가 어려울 때는 다 동원이 돼야한다”며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총리 후보로 좋은 카드인데, 노동계에서 반대를 해 인사를 하지 못해 경제적 감각이 있는 정 전 의장이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총리로 기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국가의전서열은 큰 의미가 없다”며 “능력이 있으면 의장 출신도 총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이 총리에 취임하면 의장 출신은 정치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그동안의 오랜 관행을 깬다는 의미도 있다. 2002년 박관용 전 의장 이후 전직 국회의장들은 퇴임 후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정치현장을 떠났다. 몇몇 전직 의장은 정계복귀를 시도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전임 의장과는 달리 의장직을 그만 두고 복당 후 ‘도전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정 전 의장은 6선 의원으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 의장, 민주당 대표 등 당 대표를 세 차례 역임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연속 4선을 했던 텃밭인 호남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 종로에 출마해 내리 당선됐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하다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헌정사에서 총리 출신 국회의장은 2명(백두진, 정일권)이 있으나 국회의장 출신 총리는 전무하다. 정 전 의장이 재상 자리에 오르며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관심사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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