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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예산안·선거법 폭주하는 4+1, 문희상이 판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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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결정의 건’ 필리버스터 배제

쪼개기 국회 할 수 있게 유권해석

패스트트랙 국면 야당과 잦은 마찰

한국당 ‘아들 출마’에 의혹의 시선

중앙일보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처리 방안과 본회의 개의 시점을 여·야당 원내대표와 논의하기 위해 의장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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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가 하루~사흘인 임시국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가깝게는 2018년 3월 5일, 2013년 8월 12일도 하루짜리였다. 이번과 차이가 있다면 합의 여부다. 당시엔 여야가 동의한 일정이었다. 2018년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처리했고, 2013년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진상조사특위의 임기를 연장했다.

이번엔 아니다. 게다가 ‘쪼개기’ 국회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번의 단기간 국회가 연속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가칭) 등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대충 이런 모양새가 전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6일, 17~18일, 19~21일이 회기인 국회를 연다고 가정하면 각각 사흘 전인 13일, 14일, 16일엔 소집요구서를 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차차기 소집요구서를 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대의기구에서 벌어지는 희비극(喜悲劇)이다.

여당, 한국당과 협상보다 총선 계산

널리 알려졌다시피 패스트트랙 안건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다. 자유한국당에선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한다. 이달 초 본회의에 오른 199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요구했었다.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까지 국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기획”이라고 펄펄 뛰었다. 인질극에 빗대어 ‘법질극’이라고 했었다.

10여 일이 흐른 지금 보면 법질극은커녕 이달 중 봉쇄도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해도 며칠 뒤 열리는 다음 국회에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임시국회를 연속으로 열 수 있다면 어떤 안건이든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며칠 지체된다는 ‘효과’ 외엔 없다.

결과적으론 이런 판이 짜인 건 ‘회기 결정의 건’이 필리버스터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임시국회 회기는 ‘회기 결정의 건’이란 안건을 의결해야 확정된다. 이게 필리버스터 대상이면 회기 결정의 건을 두고도 무제한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 회기 내내(최장 30일) 토론만 하다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복안이었다.

국회법엔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 걸 규정했는데,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 법안이다. 이 또한 12월 1일 밤 12시까지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사국은 달리 판단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례가 없어 의장에게 보고해 보고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회기 결정의 건을 필리버스터를 하면 다음 회기에 표결로 결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미 지난 임시회가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란 취지다. 민주당이 쪼개기 국회를 자신하는 배경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내로남불’이 등장한다.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2013년 11월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을 때 강창희 당시 의장(새누리당)이 “인사 관련 안건에 대해선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 국회의 오랜 관례”라며 불허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주장을 했다.

“법에 제한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무제한 토론이 법에 규정된지가 얼마 안 됐는데 무슨 관행을 말하는가.”(정성호)

“찬반 토론을 해야 한다. 이건 사실상 날치기다.”(홍익표)

이제 민주당으로선 문 의장의 ‘조력’ 덕에 강행처리를 자신할 수 있게 됐다. 한국당과의 협상보다는 ‘게임의 룰’ 등을 밀어붙였을 때 총선에 미칠 장·단기적 여파가 더 큰 고려사항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범여 파트너’로 분류되는 정의당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가, 정의당에 의석을 얼마나 배분하느냐일 수도 있다. 실제 한 여권 인사는 “원내교섭단체(20석)는 곤란하고 현재 의석(6석)의 두 배 정도에선 만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2016년 2월 23일부터 192시간53분24초 동안 테러방지법을 둔 찬반 토론을 허용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당시 “그들의 발언을 듣는 것 역시 민주주의이며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썼다. 토론이 이뤄지는 사이 국가정보원의 역할을 축소하는 중재안을 마련했고, 결국 여당도 양보했다.

문 의장 아들 “출마 준비엔 변함없다”

정의화 전 의장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의장을 향해 “인내심을 갖고 여야가 화합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어른이고 수장이며,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역대 의장들은 “항상 협치와 타협을 강조했지만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엔 친정의 손을 들어줬다”(국회 관계자)는 평을 받곤 했다. 야권에선 문 의장이 유독 심하다고 비판한다. 실제 패스트트랙 국면 곳곳에서 야권의 반발을 사곤 했다.

한국당에선 문 의장 아들인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의 공천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 의장을 향해 “아들! 공천!”을 외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문 부위원장이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문 의장이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곤혹스럽다기보다는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나. 아들에게 가서 이야기하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제가 출마하는 것에 반대하셨고, 정치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다”고 주장했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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