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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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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들쑥날쑥 해명’ 자충수… “위기대응기능 약화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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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증폭 / 장환석은 “宋출마 몰랐다”지만 / 구체적 공약까지 내놨던 상태 / 특정후보자 공약 점검도 문제 / 전·현직 인사들끼리 말 엇갈려 / 해명 신뢰도 갈수록 추락 / 양상 법조계 “차라리 수사 지켜봐야”

세계일보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및 감찰무마 관련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명이 나올 때마다 이를 뒤집는 진술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현 청와대 인사들끼리도 말이 엇갈리면서 청와대의 위기대응 기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출마 전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난 것이 문제가 되자 언론 인터뷰에서 “출마할 줄 모르고 만났다”며 “알았으면 안 갔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 공약 설명을 위한 만남이었다는 청와대 해명과 다른 내용이다. 송 시장 측 관계자는 앞서 “2018년 1월 장 전 비서관을 만나 선거공약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이 짙어진 상태였다.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설명하는 일은 행정관 본연의 업무”라는 입장을 내놨다. 만남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여당 소속 후보자의 공약을 논의하고 점검해 줬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크다.

세계일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뉴스1


장 전 비서관의 해명 자체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송 시장은 2017년부터 울산시장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송 시장의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것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도 진행됐으며, 송 시장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구체적인 공약도 내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송 시장이 1월31일 울산역에서 출마선언을 했고 1월 중 송 시장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약 점검 차원의 만남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송 시장 측은 “민주당 후보로 나올 사람이 충분히 공약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해명은 번번이 자충수를 초래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 형태·제보 접수 방식 및 전달 과정에 대해서 내놓은 설명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김 전 시장 수사를 촉발한 ‘첩보’ 제보자는 “정당 소속이 아니다”라며 선거와 무관한 인물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이를 작성한 인물은 송 시장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또 송 부시장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공직자’가 첩보를 전달했다고 했지만 송 부시장은 청와대측 요청에 따라 첩보를 전달했다고 다른 설명을 내놨다.

세계일보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첩보 가공을 놓고서는 전·현 청와대 내부 인사들 주장마저 엇갈렸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김 전 시장 첩보를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다고 주장했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우편으로 접수했다던 청와대 기존 설명도 고 대변인의 입을 통해 ‘SNS 제보’로 뒤바뀌면서 청와대 해명은 오락가락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중인 사안을 놓고 청와대가 섣불리 해명에 나서면서 실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법조계 인사는 “청와대에서 발신하는 메시지는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 청와대의 대응 양상은 터져 나오는 의혹부터 막아보겠다는 식으로 보이고, 그 말도 자주 바뀌고 있어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런 때 위기관리 대응능력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성급한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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