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투쟁' 내세웠지만 협상 불가피…'4+1 체제' 파해법부터
무더기 고발된 의원들, 컷오프 공포감도…'단일대오'로 추슬러야
인사하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자유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에 오른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9일 취임하자마자 '실전'을 치르게 됐다.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의 임무는 시작도 끝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 두 법안을 "패스트트랙 2대 악법(惡法)"으로 규정해 '필사 저지'를 당부했다.
심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은 악법"이라는 정견을 발표했다.
이들 두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자 더불어민주당이 군소 야당들과 꾸린 '4+1 공조체제'에 대해서도 "한국당 패싱 폭거"라며 "절대 반대"라고 못 박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디브레인' 자료를 통한 정부의 특별활동비 남용 의혹을 폭로하는 등 대여 강경 투쟁에 앞장섰다.
4+1 체제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 '모임'에서 예산안을 논의하고 수정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 관계자들을 동원한 것은 불법이라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정책위의장이 된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전날 4+1 체제를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로 맹비난하면서 여기에 조력한 공무원들을 고발하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당 신임 원내지도부가 투쟁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원내 세력 구도 상 물밑 협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당 의석은 재적(295석)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108석이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이다. 법안 상정도 표결도 단독 저지가 불가능하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신청해 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민주당이 '쪼개기 임시국회' 소집으로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
심 원내대표도 "우리는 소수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 앞에서 협상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고 협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심재철 원내대표 후보 정견발표 |
그는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 내주는 것은 줄이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기는 협상'을 위해 구사할 전략에 대해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급선무는 공조 체제를 파해하는 데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를 위해 민주당 등 5개 정파가 손을 잡았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라는 점을 노려 이들의 틈을 벌려놔야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정책위의장은 예결위원장이면서 선거법 협상을 이끌어왔다. 대표적 전략가로 통하는 그가 민주당 등과의 물밑 교섭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춘 새 원내지도부를 꾸리면서 연말 패스트트랙·예산안 정국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심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장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예산안 (상정) 추진하려던 거 멈추라. 4+1, 그거 안 된다. 다시 합의하자'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새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의 전열도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충돌로 고발당한 60명의 의원을 추슬러야 한다.
심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단 한 사람도 사법처리되지 않도록 제가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다.
단일대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천 컷오프'에 대한 의원들의 공포감도 극복 과제다. 한국당은 현역 지역구 의원 중 3분의 1 이상을 탈락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심 원내대표는 "모든 사람이 수긍하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수(選數)·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께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한국당 새 정책위의장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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