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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무리뉴 역습전술, 모든 공격이 손흥민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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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이 간밤에 번리와 2019-20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 기록한 골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수비 지역부터 상대 골문까지 70여 미터를 단독 돌파하고 득점해 브라질의 '페노메노' 호나우두,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등과 비교되고 있다.

번리와 경기에서 손흥민은 전반 32분 넣은 이 놀라운 골보다 더 큰 공격 영향력을 전반전 내내 보였다. 토트넘은 5-0으로 크게 이겼는데,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친 점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던 배경이다. 번리는 앞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1-4 대패를 당했지만, 15라운드까지 토트넘과 승점 2점 차로 순위 경쟁을 하던 만만치 않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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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뉴의 역습 속공, 롱패스+손흥민 돌파가 핵심

손흥민은 전반전에 토트넘이 기록한 세 골에 모두 관여했다. 그와 더불어 골대를 때린 무사 시소코의 슈팅도 손흥민의 키패스에서 나왔다. 무리뉴 감독이 번리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 역습 공격 전술의 핵심이 손흥민이었다는 점이, 그의 놀라운 단독 돌파보다 의미있다.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이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월드 클래스 공격수 반열에 오를만큼 명확한 강점을 가진 선수라는 점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션 다이치 감독이 지휘하는 번리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당 공중볼 승리 횟수에서 1위(24.3회)를 달리는 팀이다. 신체 조건이 좋고, 4-4-2 일자 대형을 통해 중원 공간을 타이트하게 좁혀 상대 공격을 무력화한 뒤 승부를 건다. 무리뉴 감독은 번리의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사이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든 신속한 롱 패스, 최종 수비 뒤 공간 패스로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 여느 때와 같이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이전의 비대칭 스리백을 썼다. 얀 페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다빈손 산체스가 스리백을 구성하고, 에릭 다이어와 무사 시소코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라이트백 세르주 오리에가 윙처럼 전진하고, 시소코가 오리에의 뒤 공간 수비를 커버했다.

공격은 해리 케인 원톱에 손흥민, 델리 알리, 루카스 모우라, 오리에가 2선에 자리하는 형태다. 손흥민과 오리에가 사이드 라인으로 넓게 벌리고 중앙 지역에선 알리-케인-루카스가 삼각형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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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리 공략에 완벽했던 비대칭 스리백, 전술 상성 우위

이번 경기에선 무리뉴 감독이 시도한 비대칭 스리백 전술의 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주중 맨체스터 원정을 치렀음에도 선수들의 몸이 시작부터 가벼워 보였다. 전방 압박이 원활하게 이뤄졌고, 상대적으로 투박한 번리는 토트넘 압박에 롱패스 공격으로 일관해 대응이 쉬웠다.

번리가 속도나 기술보다 높이에 강점이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토트넘 수비가 편하게 다룰 수 있기도 했다. 손흥민이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자리한 대신 오리에가 이전보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위해 자주 내려왔고, 시소코가 오리에 뒤를 커버하다가 앞으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는 등 스위칭이 다채로웠다. 다이어도 비교적 센터백 앞, 페르통언과 협력 수비를 잘 수행했다.

골키퍼 파올로 가차니가, 수비수 알데르베이럴트와 페르통언, 미드필더 다이어가 손흥민과 오리에, 케인을 향해 빠르게 롱패스를 전개하며 토트넘 공격이 진행됐다. 이러한 구조적, 전술적 안정성 속에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역습 속공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자신의 공격적 장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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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턴의 악몽이 된 손흥민, 전반전 3골 모두 관여

경기 시작 4분 만에 나온 해리 케인의 선제골은 케인의 슈팅 자체가 워낙 좋았으나 전개 과정이 신속해 케인이 편안한 자세로 슈팅할 수 있었다. 손흥민을 향한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롱패스 전개가 한 차례 차단되고 나서, 이 볼을 차단해 공격 빌드업으로 전개한 번리 라이트백 매튜 로턴의 전진 패스를 알데르베이럴트가 차단함과 동시에 논스톱 롱패스로 전방에 보냈다.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자신의 롱패스 능력을 뽐내고 있는 알데르베이럴트의 이 선택이 선제골 과정에 가장 주효했다. 번리가 공격을 위해 미드필드 라인을 전진시키고 있어 포백 라인 앞 공간이 크게 열렸고, 알데르베이럴트는 전진하는 최종 수비 라인의 앞, 그리고 로턴이 전진하며 틈이 생긴 왼쪽 공격수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했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전달된 공을 받지 않고 논스톱으로 케인에게 내줬다. 케인이 달려들어오며 가속을 붙인데다, 번리 수비수들이 뒤로 물러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인은 손흥민과 원튜 패스를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타코우스키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따라 내려가고, 로턴과 미의 커버 타이밍이 늦자 그대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주변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아 훈련장에서처럼 편하게 슈팅할 수 있었고,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적절한 위치를 점하고, 쇄도하며, 간결하게 패스한 손흥민의 패스는 케인이 시도한 슈팅의 질과 별개로 전술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어시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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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골 득점 이전에도 폭발적 돌파, 공격에 집중한 손흥민

델리 알리의 도움으로 기록된 전반 9분 루카스 모우라의 추가골도 손흥민의 지분이 크다. 모우라의 두 번째 골은 손흥민 원더골의 예고편과 같았다.

전개 과정은 선제골과 유사하다. 로턴의 공격 전개 패스를 차단함과 동시에 손흥민에게 역습 패스를 넣었다. 가차니가의 골킥을 로턴이 달려 나오며 자르고 앞에 있는 맥닐에게 패스했으나 맥닐이 다리 사이로 빠트리며 확보하지 못했다. 페르통언이 자르면서 그대로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로턴이 이미 전진해서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손흥민이 편하게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번리 수비 두 명을 달고, 두 명을 가뿐하게 제치며 문전 왼쪽을 파고든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 포프에게 걸렸고, 수비수 미를 튀어 오른 볼을 알리가 헤더로 연결, 모우라가 밀어 넣었다. 상대 공격 전개 실수를 공략한 전형적인 역습 공격이었고, 손흥민의 역습 상황 질주 능력이 주효했던 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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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도움, 간접 도움 모두 탁월…손흥민 어시스트 능력도 월드클래스

손흥민은 전반 15분에 리그 8호 도움도 올릴 수 있었다. 포프의 골킥을 통해 전개된 번리의 단순한 롱볼 공격을 중앙에서 차단한 케인이 시소코에게 패스했고, 시소코가 거침없이 역습을 위해 공격 지역으로 드리블했다. 오리에는 수비에 가담한 상황이었고, 더 높은 곳에서 역습을 시작한 왼쪽의 손흥민에게 패스 코스가 열렸다.

시소코가 손흥민에게 패스한 뒤 문전으로 쇄도했고, 손흥민은 다시 정확한 패스를 시소코에게 줬다. 수비수 세 명의 견제 사이를 뚫은 정확한 스루 패스였다. 신속하게 진행된 역습 공격은 시소코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때리고 나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손흥민의 역습에 거듭 실점 상황을 내준 로턴은 전반 22분 모우라에게 패스하고 전방으로 쇄도하는 손흥민을 온 몸으로 저지하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공이 이미 빠진 상황에서 손흥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의도적 파울이었다. 로턴은 손흥민과 측면 대결에서 철저히 패배했다.

손흥민은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현재 7개의 어시스트로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에 이어 도움 2위에 올라있다. 손흥민이 단지 빠른 스피드와 양발 슈팅력으로만 기능하는 공격 카드가 아니라, 공간을 이해하고, 꿰뚫는 시야와 판단력을 통해 키패스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 입증된 패스가 많았다.

현재까지 20차례 공식 경기에서 10골 9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훨씬 더 전술적으로 수준 높은 선수가 됐고, 올해 발롱도르 22위에 오른 것 이상의 평가를 앞으로 받을 수 있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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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초동안 70여미터 단독 돌파, 손흥민 제어 불가능한 이유

대미를 장식한 전반 32분 손흥민의 직접 득점은 12초만에 80야드를 주파하며 번리 수비 7명을 무력화했다는 통계 기록이 유럽 유력 매체들로 인해 화제가 됐다. 이 득점도 번리의 장거리 프리킥 공격을 차단하며 이어진 역습이다. 페르통언이 타코우스키와 경합에서 공을 따내며 바로 밀어준 공을 손흥민이 잡았다.

손흥민이 공 운반을 시작했을 때 뒤에 두 명, 앞에 네 명의 수비수가 있었다. 알리가 왼쪽으로 전진하고, 모우라가 오른쪽에 있다. 케인은 공중볼 수비를 위해 수비 지역까지 내려가 있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본래 왼쪽 사이드로 빠진 알리에게 패스하려 했으나 주변 패스 동선이 막혀 그대로 돌파를 택했다.

오른쪽에 모우라가 공을 기다렸으나 손흥민이 돌파하는 과정에 살짝 공이 길었고, 이 공을 다리 잡고 패스하기엔 주변 수비의 압박이 거셌다. 손흥민은 계속 이 수비들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스프린트를 멈출 수 없었고, 그렇게 공간을 찾아 치고 가다보니 자신이 가장 빠르게, 골문의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올라가 슈팅까지 마무리했다.

손흥민이 패스로 골의 길을 열기도 하지만 직접 치고 들어가 슈팅까지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엄청난 속도를 갖춘 선수라는 점에서 번리 수비는 공을 잡은 손흥민 근처를 떠날 수 없었다. 상대 수비가 전술적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손흥민의 역습 능력이 결국 원더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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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 2골에도 손흥민이 관여, 토트넘 5득점 모두 손흥민 통했다

후반 9분은 케인의 골에도 손흥민의 간접 기여가 있었다. 제프리 헨드릭이 로턴에게 보낸 패스를 손흥민이 압박하러 달려들었고, 로턴이 급하게 공을 처리하다 부정확하게 건넨 패스를 다이어에게 차단당했다. 다이어의 패스를 알리가 받았고, 알리의 패스를 케인이 받아 슈팅해 득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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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9분 시소코가 장식한 토트넘의 5-0 대승 마지막 골의 기점도 손흥민이었다. 헨드릭의 패스를 교체로 들어온 에런 레넌이 받으며 뒤로 연결한 패스를 손흥민이 차단하며 시소코에게 내줬다. 시소코가 이 공을 쥐고 전방까지 올라가 케인과 원투 패스를 전개한 뒤 마무리해 득점했다. 후반전 두 골의 영향을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번리전 5득점이 모두 손흥민을 거치며 나왔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전술의 필수요소였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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