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너무 많이 내고 있어” 동맹국 압박 공세
네번째 협상 나선 韓정부 “나름대로 대안 준비”
파행 2주만에 협상 재개불구 양국 입장차 여전
‘연내 타결’이 원칙이지만 논의과정 난항 예상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2일(현지시간) 3~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4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해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특파원들과 문답을 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행 2주 만에 재개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마지막 담판을 남겨놓고 있다. 협상에 나선 우리 정부는 “기존 틀 안에서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방위비 협상에도 나서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너무 많이 내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막판 담판에서도 파상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커 우리 정부의 대응책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나토로 향한 트럼프 “우리가 너무 많이 내고 있다”=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현지시간) 영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장 먼저 ‘방위비 증액’ 문제를 꺼내 들었다.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인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가 너무 많이 내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정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사실상 나토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했다. 나토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지만, 한미 방위비협상에 나서고 있는 우리 측에 대한 막판 공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가 보호해주는, 돈은 내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서 1300억 달러를 받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고, 그들은 돈을 내지 않았다”며 “이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들은 오는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하며 내년까지 1000억 달러의 방위비를 지불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인상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두고 “우리는 나토가 그들 자신과 세계를 보호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놀라운 일을 해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나토에 대해 성취된 것들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방위비 인상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외교가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외교 성과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내세우고 있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과의 SMA 협상에서도 강경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 나선 정은보 “나름대로 대안 준비했다”=반면 우리 측 협상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존 SMA 틀을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 중이다. 다만 미국 측이 강경 태도로 나서면서 협상단은 새로운 제안을 통해 타협안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날 워싱턴DC에서 시작되는 SMA 4차 협상을 위해 댈러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은보 방위비협상대사는 “우리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대안들을 준비하고 왔다”며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차 협상에서 “한국의 새로운 제안을 기대한다”며 일방적으로 협상 파행을 선언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정 대사는 “기본적으로 SMA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측은 내년도 방위비 분담액으로 올해 분담액(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SMA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둔 비용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비용, 전략자산 운용 비용, 군무원 임금 등을 포함한 금액으로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주한미군 예산(44억6420만 달러)보다도 많은 숫자다.
반면 우리 정부는 기존 SMA 틀 안에서 방위비 분담액을 결정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달 19일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은 지난달 19일에 열린 3차 협상에서 “한국 측의 제안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장 내년도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 집행을 위해 양국이 다시 협상을 재개했지만, ‘연내 협정 타결’이라는 목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 대사는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보다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