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하명수사 의혹 파문]백원우팀 수사관 사망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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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고기와 관련한 기관 간 엇박자 점검 차원이었다.”(청와대 관계자)
“정부 기관 간 분쟁 조정에 청와대가 왜 나서나. 그건 국무조정실 소관이다.”(검찰 관계자)
청와대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원 2명이 울산까지 내려간 이유를 고래 고기 수사를 둘러싼 검경 갈등 조정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열어 전날 숨진 상태로 발견된 이른바 ‘백원우팀’ 소속이던 검찰 수사관 A 씨와 총경급 경찰관 B 씨의 울산 방문 동선까지 공개했다. 반면 검찰은 A, B 씨 등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靑 “민정수석실 소관 업무” vs 檢 “불법 선거 기획”
청와대는 A 씨의 사망 원인을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라는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사실상 민정비서관실 업무를 오해하고 A 씨를 수사한 검찰을 탓한 것이다.
그러면서 A 씨의 업무가 ‘적법한 임무’였다고 강조했다. A, B 씨가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민정비서관실 고유 업무인 ‘친인척 관리팀’ 5명의 일원이며 A, B 씨 등 2명은 대통령 친인척 담당이 아닌 특수관계인 담당이라고 직무 범위까지 공개한 것이다. 직무상 특수관계인 담당 업무를 수행했을 뿐 ‘백원우 별동대’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측은 “민정비서관실은 민정수석실의 선임비서관실로 업무의 성질, 법규, 보안규정상 금지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정수석실 소관 업무에 대한 조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경 집권 2년 차를 맞아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행정부 내 이해 충돌 실태 점검을 하기 위해 민정수석실 행정관, 감찰반원 30여 명이 대면 청취를 했는데 여기에 A 씨 등이 울산 고래 고기 사건 현장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약 일주일 전 A 씨가 울산지검에서 받은 첫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시장 수사를 챙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고래 고기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직제와 고유 업무 범위를 무력화하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어진 권한을 넘는 ‘월권’을 스스로 합리화해 박근혜 정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처벌됐던 직권남용죄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직 특감반원은 “선임비서관실이 시키면 다 해야 한다는 얘긴데 결국 ‘별동대 맞다’는 뜻이다”라며 “고래 고기가 특수관계인이냐”고 반문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힘이 센 권력기관일수록 업무 범위 해석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靑 “검찰이 수사 압박” vs 지인들 “청와대에서 압력 받아”
청와대는 A 씨와 청와대 행정관들의 통화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A 씨는 울산지검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같은 달 24일 A 씨는 또 다른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여권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A 씨를 압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 등의 표현을 쓴 A 씨의 통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A 씨 지인들의 증언은 청와대 해명과 다소 다르다. “A 씨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압력성 전화를 받아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동료 수사관과 지인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검찰 편을 들 수도, 청와대 편에 설 수도 없는 모순 관계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2일 “A 씨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하자 검찰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도 없도록 밝히는 한편 이와 관련한 의혹 전반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맞받았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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