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파기환송 왜? /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 국고손실 인정 / “국정원장들이 특활비 33억 횡령 / 朴 前 대통령에 넘기기로 공모 / 이병호 자의로 건넨 2억은 뇌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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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것을 대법원이 ‘국고손실죄’로 판단한 이유는 국가정보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28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에서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판단하고 박 전 대통령이 받은 35억원 가운데 33억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국고손실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가법 5조에 규정된 국고 등 손실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계사무 직원이 국고 등이 손실될 것을 알면서도 횡령·배임을 저질렀을 때 처벌하는 죄명이다.
대법원은 국정원장의 경우 특활비 집행 과정에서 사용처와 지급 시기·금액을 직접 확정하는 등 ‘지출원인행위’를 수행하고, 특활비를 실제로 지출하도록 하는 등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그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조사된 국정원 특활비에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지만 2심에서는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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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국정원 특활비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의 결론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죄 이유로는 “횡령 범행에 의해 취득한 돈을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들 사이에 국정원 자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에게 넘기기로 하는 ‘공모’가 있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챙긴 남은 2억원은 2016년 9월 이병호 전 원장이 건넨 돈이다. 대법원은 이 돈만 뇌물로 봤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8월쯤 이병호 전 원장에게 국정원 자금 교부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전 원장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으로 특활비를 건넸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원장이 건넨 돈을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았는데, 이 돈은 종전에 받던 것과는 성격이 다른 돈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즉 공모를 통한 뇌물이 아니라 이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건넨 돈을 박 전 대통령이 챙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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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2년∼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세 전직 국정원장은 항소심에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는 판단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별사업비의 집행에 관해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확히 판시했고, 횡령금의 내부적 분배에 해당하는 경우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법리를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2억원의 국고손실과 10만달러의 뇌물 혐의가 모두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봤고,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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