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회복 황교안 “다시 단식장 가겠다”

부인 “그러다가 진짜 죽는다” 극구 만류 / 정미경·신보라 동조 단식… “내가 황교안”

단식농성 중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8일 의식을 되찾았지만 “단식장에 가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황 대표에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8일째 단식농성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장에서 의식을 잃은 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전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온 황 대표는 이날 의식을 찾은 뒤 아내에게 “단식장으로 다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국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선거제 개정안 철회 등을 주장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황 대표는 단식 8일째인 지난 27일 오후 11시쯤 전해질 저하 등으로 의식을 잃어 구급차로 이송됐다가 약 2시간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황 대표의 아내는 “그러다 진짜 죽는다”며 황 대표의 단식을 극구 말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도 “극구 말리는 중이지만 황 대표의 뜻이 너무 완강하다”고 말했다.

정미경(왼쪽), 신보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황교안 대표를 이어 단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황 대표 단식의 뜻을 강조하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투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회의에서는 “100명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모두 동조 단식을 해야 한다”는 등 강경 주장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새벽 황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 앞에서 동조 단식에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병원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나왔다”며 “‘내가 황교안이다’는 마음으로 황 대표의 뜻을 국민에게 더 가까이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단식 이유를 설명했다. 신 최고위원은 “누군가는 여기를 지켜 목숨을 건 황 대표 투쟁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