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독] 여학생 몰카 올리고 신체 비하…男중학생 채팅방 성희롱 일파만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양천구 중3 남학생 10여명

SNS서 수개월간 성적혐오 발언

확인된 피해 여학생만 40명 넘어

헤럴드경제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교 3학년 재학중인 남학생 14명이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 수십명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언어 성폭력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 10여명이 수개월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심각한 수위의 언어 성희롱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여학생만 40여명에 달한다.

26일 양천구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가 만난 피해자와 피해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여학생들이 해당 사건을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18일께다. 한 여학생이 같은 반 친구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페이스북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게 되면서 특정 학생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SNS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본지가 확보한 수십건의 단체 채팅방 대화 내역에는 특정 여학생들을 겨냥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성적 혐오 발언들이 담겨있었다. 약 14명의 남학생들은 지난 4월부터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각종 성희롱 발언들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주로 여성의 특정 성적 부위를 언급하며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여학생의 성적 부위를 ‘먹을 것’ 등으로 비유하고 각종 비속어와 은어, 욕설을 써가며 희롱했다. 또 여학생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짤방’을 통해 여학생들을 몰래 찍어 올리고 여학생들이 SNS에 올린 사진을 합성·편집해 공유했다. 누군가가 ‘○○’ 사진 없느냐고 물으면 다른 학생이 사진을 올리면 “잘 좀 찍으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신체 부위를 평가하고 비하하는 식이었다.

헤럴드경제

가해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비하 발언을 하는 내용. [피해자 제공] 가해 남학생들은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 수십명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언어 성폭력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내용은 가해 학생들이 여학생의 체육복에 음란행위를 하자고 말하는 내용. [피해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어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학생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내용도 드러났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특정 여학생의 체육복을 몰래 훔친 뒤 화장실에서 음란행위를 하자고 논의했다. 한 남학생은 “한명이 X칠 때 한명은 망 보고 있자”고 부추겼고 다른 학생은 “나도 껴달라”고 맞장구쳤다. 피해 학생 한 학부모는 “얼마전 딸의 체육복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왜 주의하지 않았느냐’고 혼냈는데 딸의 체육복을 남자학생들이 그런 용도로 사용했다니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여학생은 “웃으면서 대했던 친구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배신감이 든다”며 “남자애들이 무섭고 체육복조차 입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학교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학생들에게 피해 내용을 직접 손으로 다시 옮겨 쓰게 지시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절차상 수기로 작성한 피해 내용을 담은 진정서가 필요하는 이유에서였다. 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성희롱 채팅방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검색하며 각종 모욕적인 발언들을 종이에 손으로 적었다. 이에 대해 피해 부모들은 학교의 2차 가해라고 분노했다.

현재 가해 학생들은 정학 처분을 받은 상태다. 학교는 지난 26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징계 등을 논의했다. 학교 측은 “절차에 따라 진행중인 사안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지난주 피해자 중 1명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모욕죄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두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친고죄인 모욕죄로 고소를 했지만 처벌 불원 의사를 보내왔고, 현행법상 불법촬영물은 특정 성적 부위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행위만 범죄로 인정이 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수의 다른 피해 부모들도 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학생 A양의 부모는 “학폭위 공식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 이를 반영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세희·박상현 기자/say@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