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4주기서 쓴소리 쏟아져
비대위원 지낸 홍성걸 교수 “한국당 국민의 신뢰 상실, 당 대표 단식도 조롱 받아”
이해찬 “그만하시죠” 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가 25일 단식 6일째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가 악수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7)가 단식 6일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2)를 찾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협상 교착 국면에서 원내 1, 2당 대표가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 이후 처음 만난 자리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이견만 부각됐다.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처리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을 지속하는 상황이 협상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황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청와대 사랑채 인근 분수대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약 5분간 황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황 대표가) 기력이 빠져 말씀도 못한다”며 “김도읍 비서실장에게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협상을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 인근을 지키던 지지자들은 “이해찬은 물러가라”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이 대표 외에도 홍준표 전 대표 등이 황 대표를 찾았다.
이 대표는 황 대표 방문 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가 협상에 응할 것 같은 느낌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도읍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선거법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더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단식 지속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며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고 했다.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외치며 단식 농성을 하는 상황이 원내 지도부에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협상 여지를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단식은 적어도 12월3일까지는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청 비서관 “천막 철거” 문자 자유한국당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이 25일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보낸 청와대 인근 황교안 대표의 단식 천막을 “자진철거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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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가 머무는 천막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천막을 설치해 임시 가림막에서 지내던 황 대표를 옮겼다. 김 비서실장은 오후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냐”고 물었다. 한국당은 천막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4주기 추모행사에서 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지금 한국당을 썩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물통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당은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 단식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이 추운 겨울에 단식 투쟁에 나서도 조롱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단식 투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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