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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여의도 막전막후] 민주화 투쟁시기, 정치 지도자들 목숨걸고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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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막전막후] 민주화 투쟁시기, 정치 지도자들 목숨걸고 단식

<출연 : 정영빈 연합뉴스TV 정치부 기자>

[앵커]

여의도 정치권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여의도 막전막후 시간입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정치부 정영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뉴스를 준비했나요.

[기자]

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하며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주 주제는 단식의 정치사로 정해봤습니다.

[앵커]

과거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단식은 야당 정치인들의 주요 투쟁수단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과거 야당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단식은 자신의 목숨을 건 투쟁이었습니다.

남다른 무게감을 가진 이들의 단식투쟁은 그래서 우리 정치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기도 했는데요.

먼저 역대 야당 지도자의 단식 투쟁 중 가장 유명한 것을 꼽자면, 1983년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단식 그리고 1990년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단식입니다.

[앵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식을 한 시기는 정치활동이 금지됐던 때였죠?

[기자]

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주요 야당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규제하고 있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아예 가택연금 조치로 상도동 자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버린 상태였는데요.

이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은 5월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언론자유 보장과 민주인사 석방 등 민주화 5개항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을 계속했는데요.

건강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실려갔지만 음식을 거부하다가 당시 김수환 추기경 등 사회 원로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23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앉아서 죽기보다 서서 싸우다 죽기 위해 단식을 중단한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앵커]

단식을 23일이나 지속했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건 투쟁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민주화의 커다란 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기자]

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목숨을 건 투쟁은 당시 야권을 각성시켰고 민주화 투쟁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을 계기로 야권의 양대 계파였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힘을 합쳤고 민주화추진협의회, 이른바 민추협 출범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민주화의 물줄기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는데요.

단순한 시위 차원의 단식이 아니라 실제로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지금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목숨을 건 단식을 한 적이 있다고요?

[기자]

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민당 총재이던 1990년, 지방자치제 전면실시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인 일이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단식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그해 초에 있었던 3당 합당이었습니다.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된 민자당은 지방자치제 실시 등 이전에 했던 약속을 무시하고 내각제 개헌 등을 추진하려고 했는데요.

여소야대 상황에서 3당 합당으로 소수야당 신세가 된 김 전 대통령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단식투쟁을 선택했습니다.

[앵커]

과거 야당 지도자들의 단식이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그 양상이 조금 달라졌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으로 정치적인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는 단식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정치적인 투쟁이라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안을 요구하거나 반대하는 차원에서 단식이 이뤄졌는데요,

정치인의 단식은 단기간에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원 시절 단식 투쟁에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갔는데요.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 씨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동조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문재인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우선은 유민아빠가 단식을 멈춰야 하는데 오늘이 44일째인가 그렇거든요."

당시 김씨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고 문 대통령의 단식도 10일 만에 끝났습니다.

문 대통령의 단식은 여당을 압박하면서 결국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앵커]

지난해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서기도 했죠?

[기자]

네,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여야는 드루킹 특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김 원내대표는 단식 도중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김 원내대표의 발언입니다.

<김성태 /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드루킹 특검이 수용되는 그날까지 제가 테러가 아니라 제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분노하고 싸우겠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단식 9일 만에 건강히 악화되면서 단식을 중단해야 했는데요.

이후 특검 요구가 수용되면서 김 원내대표는 단식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앵커]

현재 패스트트랙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이 올라가 있는 상황인데,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도 있었죠?

[기자]

네, 지난해 12월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당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면서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편을 촉구하며 무기한 연대투쟁을 벌였는데요.

예산안 처리와 연계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 요구가 무산된 직후였습니다.

당시 손학규 대표의 발언입니다.

<손학규 / 바른미래당 대표> "선거법 개정이 되고 민주주의 발전에 계기가 된다면 그래 그렇게 하자…내 몸 하나 바쳐서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고 충격이 된다면…"

두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지 열흘 만에 여야 5당의 합의문이 도출됐는데요.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정수 변경 등의 내용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야 5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면서 두 대표의 단식도 끝나게 됐는데요.

이 합의문을 바탕으로 여야 4당은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습니다.

결국 두 대표의 단식이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던 정치인들의 단식 투쟁에 대해 짚어봤는데, 단식투쟁이 꼭 성공한 것만은 아니었죠?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단식이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 13일간 단식을 했고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2005년 WTO 쌀 협상에 반대해 20일 이상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2007년에는 한미 무역협정에 반대해 열린우리당 김근태, 천정배 의원과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등이 단식을 했는데 모두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단식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재차 환기시키고 본인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알리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박근혜 정부 때는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일도 있었죠?

[기자]

네, 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대표가 단식 투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집권여당 대표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초유의 일로 지금까지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 대표는 당시 여야 합의없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항의해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이 대표의 발언입니다.

<이정현 / 당시 새누리당 대표> "며칠 정해놓고 장난식으로 이렇게 했으면 (단식)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20대 국회 들어 첫 단식투쟁이었던 이 대표의 단식은 그러나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했고 목표였던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이뤄내지 못한 채 7일 만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앵커]

정치인들의 과거 단식투쟁사를 짚어봤는데,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엿새째를 맞았죠?

황 대표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고요?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황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았다고요?

[기자]

네, 휴일인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황 대표가 단식중인 청와대 앞 텐트를 찾았는데요.

이총리는 황 대표와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총리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낙연 / 국무총리> "건강을 상하시면 안되니까요 걱정의 말씀을 드렸고 대표님께서 어려운 고행을 하시는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드렸고 대표께서도 대통령께 마음을 잘 전해달라는 당부말씀 하셨습니다."

오늘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가 황 대표를 만났는데요.

이 대표는 거의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렸고 굉장히 기력이 빠져있어서 거의 말씀을 못했다, 그러니까 어제 이총리를 만났을 때보다 오늘 훨씬 더 건강이 악화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황 대표의 단식으로 한국당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들아가기 전만 하더라도 한국당 내부의 파열음이 지속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과 잇따른 인적쇄신 요구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청와대 앞 의총에 한국당 의원 108명 중 90명 가량이 참석할 정도로 한국당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단식투쟁 이후에 발표한 현역의원 절반 이상을 물갈이하겠다는 쇄신 방침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발없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상황에서 종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여의도 막전막후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막전막후 정영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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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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