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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한일, 지소미아 ‘격한’ 진실게임…정상회담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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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주 대화 험로 예고

靑 “日에 항의했고 日 사과했다”

‘한국의 판정승’ vs ‘일본의 퍼펙트 게임’.

조건부 종료 연기로 봉합되는 듯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논란이 다시 한일 간 감정싸움과 진실게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추진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마저 나온다.

한일 양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에 따라 조만간 외교·통상 투트랙 당국 간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일 외교·통상 당국 간 협의는 이르면 이번주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양국 통상 당국과 외교채널 등을 통해 일정과 의제 등에 대한 사전조율이 진행된 이후 이르면 이번주 과장급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과장급 대화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수출관리정책에 대한 입장을 교환한 뒤 다음달 국장급 협상을 열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23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뒤 한일정상회담이 가능하도록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일 간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한일 정상회담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했다. 한국이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소미아 연기 과정 합의 오보에 대해 항의했으며 사과를 받았다는 청와대 발표를 일본 측이 부인했다는 보도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재확인한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관련해 일본이 합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특히 정 실장 발표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놓고 한국 내에서 일방적 양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일본에 항의함으로써 국내 비판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 실장의 발언은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정지 직후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언론에 보도된 아베 총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수석은 “정 실장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라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한일 간 협의 개시 합의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소미아 연기 결정 과정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시사 등은 없었으며 일본이 이전까지의 원칙을 접은 한국의 판정승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한 물밑작업이 효과를 발휘해 미국이 나섰다며 일본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일본은 한국이 결국 굴복했다는 시각이 강하고 한국도 지나치게 과민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일 모두 공동의 이익을 위한 외교를 추구하기보다는 근시안적인 외교의 왜소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신대원·유오상 기자/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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