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 천막을 방문해 황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단식 닷새째를 맞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그간 청와대 앞 노상에서 가부좌 자세로 버티던 황 대표는 전날 오후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이날 오후까지 텐트 내부에 누운 채 거동을 최소화했다.
단식을 계속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한 데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기력이 가파르게 떨어진 상태라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황 대표는 오전 2차례 텐트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다녀왔다. 성인 남성 2명의 부축을 받아서 힘겹게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단식에 들어간 지 5일 만에 건강 이상이 찾아온 상황으로 보인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어제 저녁 5시쯤 (황 대표가) 속이 메스껍다고 하는 등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오늘은 오전 8시 30분쯤 화장실에 다녀온 뒤로는 계속 텐트에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보통 해가 뜨면 청와대 분수대 광장으로 나와 농성을 했지만, 현재는 그렇게 나갈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혈당을 체크했는데 수치가 낮게 나오고 있다"며 "사람들과의 접촉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 단식 5일만에 건강 이상…주변 부축받고도 힘겨워 해
박맹우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내부나 자택이 아닌 풍찬노숙은 과거엔 없었던 모습"이라며 "체력소모가 훨씬 심해 걱정"이라고 밝혔다.
전희경 대변인도 통화에서 "참모들이 국회로 가자고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본인이 청와대 턱 밑에 있겠다는 의지가 완강한 상태라 저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텐트를 찾아온 의사로부터 '기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맥박과 혈압도 낮게 나온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한국당은 오후부터 텐트 인근에 구급차 등 의료진을 대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오전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준다"는 글을 올려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 대표는 또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황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성장을 찾은 주요 인사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에는 나경원 원내대표,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황 대표는 낮 12시21분쯤 이낙연 국무총리가 찾아왔을 때는 일어나 앉지 못하고 한쪽 팔을 바닥에 대고 몸을 반쯤 일으킨 채 대화를 했다.
오후 2시 7분쯤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텐트 안에서 3분가량 이야기를 나눴으며, 2시 18분께 김병준 전 당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짧게 대화했다.
◆박 사무총장 "황 대표, 정치공학적 생각 갖고 단식에 임한 것 아니다"
황 대표는 이어 텐트에서 나와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미리 설치한 천막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오후 3시로 예정된 한국당의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황 대표의 단식 이후 한국당 내부에서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총력 저지'를 외치는 강경 목소리가 커지고, 의원들도 결집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원내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황 대표가 위험한 사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라며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협상은 결코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방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귀국하면 협상을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건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하면서 패스트트랙 투쟁 동력도 함께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11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안, 12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본회의 부의 전 단식이 종료될 경우 단식의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이에 대해 박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그런 정치공학적 생각을 갖고 단식에 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당 일각에선 청와대 인근 경호·경비 업무를 맡은 경찰이 황 대표의 노숙 투쟁을 방해하려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애국시민이 (황 대표에게) 침낭을 건네주려 하자 경찰이 빼앗았다고 한다"며 "황 대표가 화장실에 간 동안 깔고 있던 침낭을 사복 경찰이 걷어가려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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