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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23일 0시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본 설득을 꾀하려던 ‘지소미아 카드’가 한미관계에 악재를 낳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지소미아라는 끈이 사라진 상황에서 한일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미국의 외교적 관여가 이전보다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8월 결정대로 종료 수순…한미관계 영향 불가피= 현재로선 한일 지소미아가 지난 8월22일 결정 대로 협정 만료 시한인 23일 0시 종료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이 7~8월 단행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 철회 관련 조치가 선행돼야 재고가 가능하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해 온 미국은 종료 확정 후 실망을 표하는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종료 결정을 발표한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이란 문구를 담은 논평을 냈다. 미국은 종료가 임박하면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등 고위 당국자들을 총동원해 연달아 연장을 압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전문가는 "미국에선 지소미아 종료의 책임이 일본보다 한국에 더 있으며 한국의 종료 결정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약화할 수 있다는 측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 후폭풍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방위비 인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혀 온 것으로 올해 8월 결정된 지소미아 종료와는 사실상 직접 연관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협상력을 강화하는 구실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며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점도 한국에 부담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의 만료나 한일관계의 계속된 갈등 경색으로부터 득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 했다. 북한과 함께 중국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경우 미국이 동아시아에 만든 '중국 포위망'에 동참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대중(對中)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
◇미국, 지소미아 종료 후 한일관계 더 관여할 수도= 반면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후 한일관계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국 견제에 필요한 실효성 높은 수단으로 평가한다면, 지소미아라는 틀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더 악화하는 걸 막아야 할 유인이 있어서다.
지소미아 종료 직전까지는 한국에 연장을 압박했던 미국이 종료 직후 한국에 불만을 표할 수는 있어도, 실제 종료 이후엔 한일관계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실용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지소미아 종료가 확정되면 오히려 미국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푸는데 나설 수 있다"며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미국으로선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예정일을 앞두고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여러가지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비공개 방미(18~20일)한데 이어 21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지소미아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국민들께서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걸 외교부에서도 감지하고 있다"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로서 동맹을 중심으로 한 방위태세를 흔들림없이 견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소미아 종료 후) 여러가지 예상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들의 안보 우려에 대해 안심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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