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단식 3일차…총선기획단, 고강도 쇄신안
한국당, 관련 없다지만…‘반발 방어’포석 분석
지소미아 파기철회, 공수처법 포기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3일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으로 향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앞 천막 단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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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당 인적쇄신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서란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희생하는 점을 앞세워 강도 높은 ‘칼질’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 지도부를 향한 반발 목소리도 단식이 한창일 땐 나오기 힘든 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황 대표가 단식 선언을 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21일 내년 총선에 앞서 ▷공천 때 현역 의원 3분의1 이상 탈락 ▷최종적으로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 등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황 대표의 단식과는 전혀 관련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의사와 상관없이 당 안팎에선 황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 깔리고 있다. 구성원 중 상당수가 황 대표의 측근으로 꼽힐만큼 가까운 사이여서다.
황 대표가 단식 과정에서 한 발언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선언할 때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히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날에도 거듭 “단식 중이지만 필요한 현안과 당무는 철저히 챙기겠다”며 “통합과 혁신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단식 해제 조건으로 정부여당을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등을 걸었지만, “(쇄신의)칼을 들겠다”는 말 또한 이와 같은 무게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를 간절히 바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 그 이상의 대담한 행보를 보일테니 지지해달라는 차원으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황 대표의 단식 목적으로 강도 높은 ‘칼질’이 깔렸다면 나쁘지 않은 포석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 2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할 뜻이 있었지만, 황 대표의 단식 소식이 들린 후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황 대표의 예측 못한 초강수를 응원하는 기류가 당 내 계파와 구분없이 퍼진 기색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이를 놓고 “누군가가 단식하고 누울 때 그에 대한 책임론을 말하면 나쁜 이가 돼버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대표가 단식을 결심할 땐 당내 현안 등 정치공학적 문제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볼 때 ‘뜬금 없는’ 단식이란 표현도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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