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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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거두이자 중국 전문가로도 입지를 굳힌 헨리 키신저(96) 전 미 국무부 장관이 미ㆍ중 관계 악화에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키신저 전 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룸버그 통신 주최로 열린 ‘뉴 이코노미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이 냉전의 언덕에 올라서고 있다(foothills of a Cold War)”며 “그래도 아직 (낮은 언덕이니)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키신저는 미ㆍ중 갈등이 계속 악화할 경우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중국과 미국은 (과거의) 소비에트연방과 미국을 훨씬 초월하는 국가들”이라며 “(미ㆍ중은) 세계 곳곳에서 상대방의 목적의 저의를 의심하며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고 할 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 뉴욕타임스는 키신저가 트럼프에게 "중국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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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미ㆍ중이) 서로 상대방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갈등의 영향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키신저는 또 “제1차 세계대전은 비교적 사소한 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만약 (미ㆍ중 간) 갈등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신저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미ㆍ중 수교를 이끌어냈다. 이후『중국 이야기(On China)』등을 발간하며 중국의 중요성을 설파해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당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방법으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다.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저둥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미국 국립문서보관소] |
블룸버그가 주최한 이날 포럼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왕 부주석은 “인류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국수적 민족주의와 같은 공동의 위협에 직면했다”며 “이는 경제의 세계화에 역행할뿐 아니라 국제질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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